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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명성 한변 공동대표 “대통령이 공수처라는 ‘칼’ 쥐어서는 안 돼”

[인터뷰] 채명성 한변 공동대표 “대통령이 공수처라는 ‘칼’ 쥐어서는 안 돼”

기사승인 2019. 05.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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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법치를 위한 변호사연합’ 간사…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맡아
“최근 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 위기…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공감대 형성”
채명성 변호사 인터뷰
‘자유와 법치를 위한 변호사연합’의 간사를 맡고 있는 채명성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대표가 지난 13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공수처라는 ‘칼’이 주어지면 대한민국의 주요 기관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현우 기자
지난달 25일 ‘법의 날’ 당시 법무부가 주관하는 기념식을 거부하고 보수 성향의 변호사 단체들이 한데 모여 ‘자유와 법치를 위한 변호사연합’을 발족했다. 이들은 최근 법조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민주적·비법치주의적 행태들에 항의하고 자유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함께 의기투합했다.

이와 관련해 변호사연합은 발족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 지난 8일 검·경 수사권 조정법·공수처법·선거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문제점을 꼬집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또 변호사연합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지난 14일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 시간을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간 보수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법조인들의 활동이 미진했던 가운데 변호사연합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출범함에 따라 변호사연합의 간사를 맡은 채명성 한변 공동대표를 만나, 설립 취지와 향후 계획을 들었다.

-변호사연합의 간사를 맡으셨다. 그간 보수진영의 변호사단체들은 그 역사도 짧고 활동도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배경은 무엇인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위기상황이라는 점에서 많은 변호사분들이 최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과 전직 대법원장 등 전 정부 인사들이 무차별 구속돼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다. 다들 이 같은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제는 힘을 모을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대구 경북 변호사 90명이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신 뒤 변호사연합과 함께하겠다고 하셨다. 이처럼 최근 위기감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법조인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적폐 청산’ 등 정부의 정책 활동에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 내고 계신다. 무엇이 가장 문제라는 판단 하에 이 같은 비판을 하고 계신 건지.

“역사적·정치적 평가에 맡겨야 할 사안들을 무리하게 형사법의 잣대로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무리하게 형사법의 잣대를 들이대려고 하다 보니 언론을 통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하게 되고 자의적으로 인신구속을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사라지고 사법의 독립마저 위태로운 실정이다. 법원과 헌법재판소 고위직을 특정 성향의 인사들로 채우고 있고 성향이 다른 판사들을 ‘찍어내기’식으로 기소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를 구속한 성창호 판사에 대한 기소 등의 일들은 상상조차 힘든 일이다. 반면에 자신들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이전 정권 인사들의 행위는 블랙리스트라며 줄줄이 구속하고 법정에 세워놓은 반면 이번 정권 인사들의 행위는 ‘체크리스트’라며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진영논리만 있고 법치는 사라졌다고 본다.”

채명성 변호사 인터뷰
‘자유와 법치를 위한 변호사연합’의 간사를 맡고 있는 채명성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대표/김현우 기자
-최근 선거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법안 등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셨는데 어떤 점들이 문제인가.

“이번 선거법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50% 연동형 비례대표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이 포함돼 있어 계산법이 6개, 수학기호가 16개가 등장한다. ‘난수표’처럼 어렵다고도 한다. 국민이 이해하기도 힘든 선거제가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회의원들조차 이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이들이 몇 없다고 본다. 공수처법의 경우 이 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공수처를 통해 사실상 견제를 받지 않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3권 분립은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공수처의 수사대상에 법원,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감사원, 국세청, 공정위, 금융위의 고위 공무원들이 포함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공수처라는 ‘칼’이 주어지면 대한민국의 주요 기관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압수수색이나 소환조사만 이뤄져도 수사대상은 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공수처가 한국판 ‘게쉬타포’나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공수처법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면 대통령이 공수처에 대한 인사권부터 포기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경우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게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있다. 경찰이 사건을 자의적으로 수사하고 종결시킬 경우 검찰이 이를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버닝썬 사건’처럼 지역 경찰의 유착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제대로 통제할 방법이 없다. 물론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경우 두 기관의 밥그릇 싸움의 성격도 강한 것이 사실이다. 두 기관의 힘이 모두 약화되고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를 두고 보수단체들의 시위가 있었고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피청구인 대리인을 맡기도 하셨는데 최근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대통령에게 뇌물죄가 인정됐고 33년형이 내려졌다. 당연히 무죄로 석방됐어야 할 사안임에도 형집행정지를 논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안타깝다. 앞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협박 방송 등을 했다는 유튜버 김상진씨에 대한 수사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 우원식 의원 등을 상대로 한 방송 건까지 끌어들여 신병확보에 나선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이에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김씨에 대한 적극적인 변호에 나설 예정이다. 벌써 18명의 변호사들이 변호인으로 지원한 상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사를 맡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당시 형사사건을 진행하면서 청와대의 재판 개입이 변호인들을 가장 힘들게 했다. 그렇지 않아도 재판부가 주 4회 재판을 강행하고 기록이 12만 페이지가 넘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2017년 7월 14일 300여종의 캐비닛 문건을 공개했고 이를 법정에 제출했다. 대통령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하루 앞둔 같은 해 10월 12일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직접 세월호 사고일지 조작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청와대가 대놓고 재판에 개입한 격이었다. 결국 다음 날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정말 당시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계속 이어졌다. 결국 대통령은 지금까지 2년 이상 구속돼 있다. 이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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