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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르스 부호와 국민취업지원제도

[칼럼] 모르스 부호와 국민취업지원제도

기사승인 2019. 06.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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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돈
나영돈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 · · - - -· · · (돈돈돈 쓰쓰쓰 돈돈돈, SOS)’
영화 기생충을 통해 오랜만에 모르스 부호를 기억 저 편에서 소환했다. 지하실에 갇혀서 전기스위치를 통해 필사적으로 모르스 부호를 찍는 장면이다. 센서등을 깜박이게 만들어 도움을 요청하는 시도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집 센서등이 절박한 깜박임을 보이며 어둠을 깨우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사회를 향한 소리없는 절규다.

모두들 밝은 햇볕 아래에서 행복한 삶을 희망하지만, 사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반지하와 지하를 넘나드는 계층이 적지 않다. 자영업을 하다가 빚더미에 올라서 피해 다니는 중장년, 비정규직을 전전하다가 몸마저 아파서 눈물 흘리고 있는 한 부모 가정의 가장, 대학을 나왔지만 마땅히 원하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몇 년째 고시원에 틀어박혀 있는 청년까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다는 의미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된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어쩌면 사회에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에서 발견할 수도 있겠다.

마침 필자가 맡고 있는 업무 중 하나가 바로 고용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이다. 우연한 일이겠지만 영화 ‘기생충’이 붐을 일으킬 즈음인 6월 4일 한국형 실업부조의 새 이름인 ‘국민취업지원제도’라는 새로운 고용안전망이 발표됐다. 고용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 구직자와 영세 자영업자, 청년 구직자들에게 취업지원서비스와 생계지원을 통해 취업에 성공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차적 고용안전망 역할을 해온 것은 바로 ‘고용보험’이다. 1995년에 고용보험이 도입돼 가입자가 비자발적 실업을 했을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취업자 약 2700만명 중 여전히 1200만명 정도는 고용보험의 보호망 밖에 존재하고 있다. 주로 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형태종사자, 새롭게 노동시장에 들어오려는 청년 등이 바로 그들이다.

역설적이게도 그간의 고용안전망은 노동시장 내에서 더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취업자가 더 많이 보호돼 왔다. 즉 대기업에 종사하거나 정규직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나 영세업체 노동자는 고용보험 가입도 안된 경우가 많이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은 바로 이 고용안전망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이들에게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전문 상담사가 심층상담을 거쳐 맞춤형 취업활동계획을 설계해서 다양한 고용서비스와 취업알선을 통해 취업으로 연계해주는 제도다. 소득이 낮을수록 충분한 직장탐색 시간을 갖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당장 먹고 사는 일이 더 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취업사례를 보면 적정한 생계보호를 해주면서 충분한 구직활동과 직업능력 향상 프로그램이 결부될 때 훨씬 더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근로빈곤층이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면서 빈곤의 함정에 빠져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취업지원서비스와 소득 지원을 연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OECD도 ‘2018 신 고용전략’(2018 New Jobs Strategy)을 발표하면서 ‘비기여형 사회부조’를 확대하고, 소득지원과 재취업지원을 결합해 실직자의 조속한 재취업을 지원토록 촉구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바로 그러한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우리 사회가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도와달라는 모르스 부호에 적극 답을 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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