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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신고가 될까요? 됩니다!”…성희롱, 경미하다고 외면하는 사회

“이게 신고가 될까요? 됩니다!”…성희롱, 경미하다고 외면하는 사회

기사승인 2018. 10. 1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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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6호선 합정역 인근 서점에서 여성작가들의 책만 모은 베스트셀러전이 진행되고 있다. /김서경 기자
“몸매 잘 빠졌네!” 휴일인 지난 14일 오후 3시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한 남자가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20대 여성 B씨를 향해 던진 말이다.

B씨는 곧바로 “그런 말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엄중하게 경고했으나 남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음 띤 얼굴로 “알겠어”라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B씨는 불쾌한 기분을 떨쳐버리지 못했지만 “설마 이런 것도 범죄가 될까”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이 같은 사실은 취재 중 만난 여성에게 직접 들은 얘기다.

◇성희롱 발언에 관대한 사회..프랑스에선 추파 던지면 벌금

15일 경찰 관계자는 “사회통념상으로는 성희롱도 성범죄에 해당되나 법 앞에서는 아니다”라며 “사안에 따라 경범죄특별법에 끼워 맞출 수는 있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법 적용의 한계를 토로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지난 5월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거나 성희롱을 할 경우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법을 개정했다. 한국에서도 지난 7월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공장소에서의 성희롱을 규제하는 경범죄 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올해 초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가 촉발시킨 여성들의 성추행·성폭력에 대한 문제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유독 성희롱 발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성폭력·성추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이에 따른 문화·제도 개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여성 스스로가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관대함은 자칫 사회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가해자는 있으나 법적인 처벌을 목적으로 할 때 피해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인식이 더디게 바뀌는 측면이 있다”라며, 더딘 인식 개선의 원인으로 ‘처벌 부재’를 꼽았다.

최 활동가는 이어 “몰래카메라나 불법촬영도 최근에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며 “사회가 발전할수록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이 더욱 증가하는 만큼 이에 따른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재형 법무법인다온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성희롱이 형사처분 대상이 아니었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을 고려한다면 이제는 성희롱에도 최소한의 처벌은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김영란법처럼 일단 제정되면 분명 범죄 감소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과도한 처벌은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정도가 심하거나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성희롱부터 서서히 접근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줄어드는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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