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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30년 집권 ‘원 앤 온리’ 대통령 사임, 이제는 ‘상왕 통치’

카자흐스탄 30년 집권 ‘원 앤 온리’ 대통령 사임, 이제는 ‘상왕 통치’

기사승인 2019. 03. 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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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의 초대 대통령이자 지금까지 유일한 대통령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78)가 19일(현지시간) 돌연 사임을 선언했다. ‘원 앤 온리’ 대통령이었던 그가 30년 가까운 장기집권을 끝내기로 하면서 인구 1800만명의 중앙아시아 자원부국 카자흐스탄이 불투명한 승계 과정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사임 결정은 단순히 ‘대통령직’을 내려놓은 것일 뿐 ‘권력’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는 뛰어난 외교 능력을 앞세워 향후 카자흐스탄의 외교 문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의 보도에 따르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사전 녹화된 TV연설을 통해 사임을 밝히면서 “이 결정이 단순한 과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모두들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가 있는 줄도 몰랐지만 우리는 이 나라를 지도 위에 우뚝 세워 놓았다”며 자신의 업적을 평가했다.

카자흐스탄이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일부였던 1989년부터 나라를 이끌어 온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내 미래의 과업은 카자흐스탄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혁을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이 시사하는 것처럼 그의 대통령직 사임이 곧 권력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020년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상원의장(65)이 자신의 권한대행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카예프 상원의장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측근 중 한 사람.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사임 배경에는 카자흐스탄의 경기 침체와 오랜 독재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 증가 등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지난달 부모가 야간근무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여러 아이들이 죽어간 사건이 불씨가 돼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쌓였던 불만이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경제파탄을 규탄하는 대대적 시위로 연결된 것. 이처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결국 2월 말 내각 해산을 발표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이번 사임 발표를 통해 카자흐스탄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대중의 분노 앞에서 다시 한 번 빠져나갈 수 있게 된 양상이다. 영국 글래스고대학의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루카 안체츠키 교수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남으로써 막후에서 후계자 결정에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 상왕(上王)으로서 카자흐스탄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임을 의미한다.

특히 외교 문제의 경우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그간 주변 강대국의 지도자, 예컨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 등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잘 유지해온 터라 퇴임 후에도 그의 영향력이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카자흐스탄은 그동안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뛰어난 외교 능력을 바탕으로 강대국들 사이에서 능숙한 줄타기를 해왔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회원국인 동시에 중국의 신(新) 실크로드 전략 구상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A)의 러시아·중앙아시아 담당관으로 일했으며, 현재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중앙아시아 전문가로 활동중인 폴 스트론스키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거친 이웃들 사이에서 신뢰도와 위상을 갖춘 지도자로 평가받아 왔다”면서 “그가 사라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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