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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내전 後, ‘베이비붐’ 세태의 민낯

이라크 내전 後, ‘베이비붐’ 세태의 민낯

기사승인 2019. 03. 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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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의료·교육 여건에 산모와 아이들 고통
조혼·청년 실업률 등 내수 문제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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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가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종전을 선포한지 1년여가 지났다. 전쟁은 끝났지만 피해는 이라크 전역에 남아 있다. 특히 부족한 의료·교육 여건 등으로 아이를 낳아도 돌볼 곳이 없는 상황은 이라크의 어린 산모들과 아이들에게 심각한 고통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전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조혼(早婚)의 횡행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의료·교육은 물론 고용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

모술 지역은 나즈마·카야라·아인잘라 유전 등이 분포해 있어 수니파의 주요 거점으로 꼽힌다. 국경 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는 이 지역 병원에는 13~16세의 어린 산모가 가득한데, 매일 병원에서 태어나는 20~30명의 신생아 중 20%는 13~14세 소녀가 낳은 아이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이라크 전체 가임여성의 5%는 15세 이전, 25%는 18세가 될 무렵 결혼한다. 이는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평균 결혼 연령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조혼은 내전에 따른 불안감에서 비롯됐다. 모술 지역 칼라스 씨 가족은 IS가 10대 딸을 납치해갈까 두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한 IS 조직원이 15살 난 딸을 데려가고 싶어해 불안했다”며 “딸을 결혼시키는 게 제일 안전한 방법이었다”고 회상했다. 조혼의 횡행에 따라 이라크 인구는 연간 100만명씩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세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World Factbook)에 따르면 이라크 4000만명의 인구 중 14세 미만 인구 비율은 무려 40%를 차지하고 있다.

급격한 인구 증가는 대가족을 장려하는 이라크 문화와도 연관되는데, 유엔 여성기구에 따르면 이라크 여성의 합계 출산율(가임 기간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4.2명에 달한다. 국경 없는 의사회는 “이라크 산모들은 출산 후 2시간이 지나면 퇴원한다”면서 “아기 14명을 낳고도 피임약을 거부한 산모도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후 베이비붐 추세는 계속되고 있지만 산모와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의료설비나 교육여건 등 기반 시설은 충분치 못하다. 모술 지역 인구 200만명을 위한 병실 침대는 1600개에 불과하다는 게 이라크 보건부의 설명이다. 환자 1명당 0.0008개의 침대를 공유하는 것. 어린이용 인공호흡기도 도시 전체에 3대에 불과하다. 난민 캠프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한 아이들은 순서를 기다리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교육 여건도 심각하다. 유엔에 따르면 IS 피해 지역 아이들의 25%는 교육시설에 ‘제한적 접근권’을 갖거나 ‘접근권이 없다’고 밝혔다. IS 테러가 빈번히 일어나면서 교육기관이 파괴되거나 아이들의 부모가 등교를 저지하고 있는 것. 어린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폐허를 헤집으며 금속·고철 따위를 줍고 있다. 고철을 하루 종일 주워 팔아도 벌이는 2~3달러에 불과하다.

더욱 문제는 전후 베이비붐이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여느 중동 국가와 같이 석유 의존도가 높은 이라크는 경제 다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입의 99%를 석유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부실한 이라크 내수 경제의 영향으로 2018년 기준 실업률은 13%, 청년 실업률은 40%에 달한다. 수년간 지속된 내전의 피해가 하루아침에 복구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가 새로운 고용 창출 방안과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미래는 장기간 어둠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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