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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 째라 486명’ vs ‘외제차 549대’

[칼럼] ‘배 째라 486명’ vs ‘외제차 549대’

기사승인 2016. 07. 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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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486과 549가 최근 시선을 끄는 뉴스였다. 486은 서울의 1000만 원 이상 지방세 고액 체납자 숫자이고 549는 이들 체납자들이 굴리는 고급 외제차의 숫자다. '돈이 없으니까 세금을 못 내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 되고 말았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은 최근 서울시로부터 1000만 원 이상 지방세 체납자 자료를 받았는데 지난 5월말을 기준으로 모두 486명이나 되었다. 이들이 체납한 세금은 자그마치 537억2264만원이었다. 평균 1억1000만 원 꼴이다.
 

우리를 더 놀라게 하는 것은 이들이 보유한 외제차다. 벤츠, BMW 등 고급 외제차가 549대였다. 체납자라고 해서 고급 외제차를 타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평균 1억 원 이상의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이 억대의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정직한 납세자를 열 받게 한다.
 

또 이런 수치는 전년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2015년에는 318명이 202억3478만 원을 체납했고 이들이 보유한 외제차는 357대였다. 액수와 보유 대수가 한 해 사이 크게 늘었다. 쉽게 말하면 '배 째라'는 시민이 늘었다는 얘기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구가 132명에 156대, 서초구는 67명이 75대, 송파구는 37명이 45대를 보유했다. 체납액은 강남구가 166억4000만 원. 이른바 강남 3구는 체납 인원이 모두 236명이었는데 이는 전체의 48.6%다. 3구는 외제차 보유대수도 전체의 49%인 276대였다. 3개 구가 반을 차지한 셈이다.
 

홍 의원은 고액 상습 체납자에 대해 관허 사업 제한을 확대하고, 납세자 명단 공개 기준을 1000만 원 이상에서 500만 원 이상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압박과 규제, 처벌 등을  통해 세금을 확실하게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생각도 같을 것이다.
 

고액 체납자의 유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가정이나 사업이 너무 어려워져 실제로 세금을 낼 수 없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돈이 있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다. 후자의 경우는 세금만 내지 않는 게 아니라 외제차까지 굴린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솔직히 너무 돈이 없어 세금을 내지 못하고, 처벌을 받고,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우리는 동정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있으면서, 고급차를 타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결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뻔뻔한 모습이 평범한 서민들을 분노에 빠뜨린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게 당연하지만 상습 체납자들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소득이 없으면 없어서 안 내고,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내지 않도록 머리를 굴리고 있다. 그래서  이들로부터 세금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다. 지자체나 국세청보다 머리가 한 수 위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나 국세청 직원들이 밀린 세금을 받아내기 위해 동분서주, 신출귀몰 하는 것은 옆에서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다. 악전고투 끝에 한 건 해결하고 보이는 웃음은 고생의 산물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누구는 돈을 숨기고 누구는 찾아다니고 이게 뭐야' 정말 불평등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의 장기 체납자 486명 대부분이 서울에서도 생활이 어려운 지역에 살고 있다면 차라리 보는 사람의 마음이 편할 것이다. 또 이들이 흔히 말하는 '똥 차' '고물 차'를 타고 다닌다면 크게 욕을 먹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반대다. 그래서 욕을 먹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수입이 있으면 세금을 낸다'는 의식은 어릴 때부터 길러져야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세금은 내지 않는 게 똑똑한 거야'라고 가르친다거나 부모가 세금을 의도적으로 내지 않는다면 그 자식들도 나이가 들면 체납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자녀는 부모로부터 세금 안 내는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세금 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다른  사람보다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을 특히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교육을 받아야 한다. 부모들은 반드시 이를 실천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국민들의 머릿속에 박힌다면 고급 외제차는 1~2대씩 굴리면서 체납자로 이름을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 쌓아 놓는 것도 중요하기는 하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돈에 목숨을 건다. 탈세나 체납도 돈을 모으는 나쁜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아무리 길게 잡아도 100살이 되기 전에 돈이고 건물이고 땅이고  다 두고 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세금 안 내려고 발버둥 치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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