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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용부, 소송은 잠재우고 생산·고용 부르는 데 매진하길

[칼럼] 고용부, 소송은 잠재우고 생산·고용 부르는 데 매진하길

기사승인 2017. 12. 2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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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에게 고득점 학생의 점수를 이전해서 학생 각자에게 전체 평균점수를 주는 잘 알려진 실험사례의 결과는 평균점수의 급락이다. 열심히 공부하려는 학생이 없어지기 때문인데 왜 그런지는 쉽게 추론이 될 것이다. 이는 평등주의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만약 이 점수가 우리의 삶의 수준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인 1인당 생산, 즉 1인당 소득이라면, 사람들의 평균소득이 계속 줄어드는 이런 결과를 원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위의 사례는 노동자를 사회적 약자로 보고 이들을 지원하는 소위 '평등주의적' 법령이 실은 이들의 처지를 해결해주기는커녕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특정 법률이나 조치를 친(親)노동이니 친(親)기업이라고 규정은 쉽게 하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문제의 법률이나 조치가 경제원리에 부합하는지, 치열한 고민과 논쟁을 하지 않고 있어서 안타깝다. 고용부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고용부는 올해 어렵게 시도되고 있던 공공부문의 성과급제도와 저성과자 해고 문제를 별 고민 없이 폐기했다.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인데 이는 이런 실험사례와 같은 극단적인 것은 아니지만 분명 동일한 평등주의에 기반한 정책이며 그 결과도 마찬가지로 성과를 저하시킬 것이다. 저성과자 해고를 폐기한 것도 평균점수를 받게 하는 것과 상통한다. 물론 공공부문이기에 종사자들의 임금이 주는 게 아니고 아마도 국민들이 공공부문의 저성과 문제를 더 많은 세금으로 보충해야겠지만, 세금부담의 증대로 여타 국민들의 소득이 줄어들기에 이를 바람직한 결과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통상임금 갈등, 불법파견 갈등, 근로시간 단축 등 고용부가 노력한 정책이나 조치들은 어쩌면 기존 법령에 근거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좀 더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받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고용부가 명심할 점은 기존 고용관련 법과 시행령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기 이전에 그것이 현실과 잘 부합하는지를 살피지 않으면 위의 평균점수 주기 사례처럼 오히려 고용사정의 악화, 임금의 저하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고용부가 기존의 법령들이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런 법령들을 정비하는 데 소홀히 하면서 이런 법령들을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평지풍파만 일으킨다면 근시안적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청년고용의 악화로 대변되는 고용사정의 악화와 같은 현상이 모두 고용부의 책임이라고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통상임금의 경우 사법부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고용부가 매우 중요한 기여를 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가맹업주가 협력업체로부터 제빵기사를 공급받고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품의 통일성을 위해 이들에 대해 일정한 통제를 행사한 것을 두고 파견업에서 허용되지 않는 업종에 대한 불법파견으로 보고 본사가 직접 고용하도록 명령했다. 그렇지만 고용부의 명령대로 된다고 하더라도 이 제빵기사가 일하는 가맹점의 주인이 어떤 식으로든 이 제빵기사의 근로에 대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면 이 또한 불법파견이 된다. 고용부의 명령조차도 불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파리바게뜨와 유사한 고용 방식이 서비스대리점, 유통업 등에 광범하게 존재하고 있어 현재 삼성전자서비스와 현대·기아차가 불법파견 문제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통상임금 못지않게 기업들이 골치 아픈 고용문제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심지어 선진국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하청근로자에 대한 신기술교육조차도 사내하청근로자의 경우에는 불법파견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보도다.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일 교육이 이런 지엽적 문제로 차단되다니  본말의 전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고용부가 장기적으로 노동자들 전체의 고용기회와 임금이 올라가도록 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현행 법령을 현실에 부합하게 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그래서 소송을 부르기보다는 잠재우도록 해야 하고, 생산과 고용을 잠재우기보다는 불러내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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