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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천루의 저주와 뉴욕증시 폭락

[칼럼] 마천루의 저주와 뉴욕증시 폭락

기사승인 2018. 02. 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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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의 저주(skyscraper's curse)란 말을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하늘을 찌르는 최고층 건물의 건축이 이제 경기가 정점에 도달했고 곧 경기가 침체에 빠져들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천루의 저주>는 곧 출간될 미국 오번대학교 교수이자 미제스연구소(Mises Institute) 선임연구위원인 마크 손턴(Mark Thornton)의 책 제목이기도 한데, 그는 2004년 6월 미국의 '주택경기가 현실이기엔 너무 좋다'고 했고 2007년 8월에는 "두바이에 새로운 마천루 기록이 세워지고 있다. … 마천루의 완공을 앞두고 경기침체 혹은 주식시장 붕괴가 일어난다"면서 주택시장의 거품이 터져 국제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을 예견했었다.
  

최근 미제스연구소가 다시 그를 초청해서 인터뷰를 한 것은 다시 뉴욕증권시장에서 그런 조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5일(현지 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가 전일보다 1175.21포인트(4.60%) 급락한 2만4345.75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시장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은 엇갈리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주식가치가 고평가돼 있어 15% 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비관적 전망이 근거가 없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국제금융위기 때처럼 우리의 문제로 번지지 않을지 우리로서도 사태의 전개를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준은 비전통적인 방법인 소위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국제금융위기 이후를 '관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연준은 정부가 발행한 국채뿐만 아니라 부실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까지도 매입하는 과정을 통해 통화량을 늘려서 기업들의 도산을 막았다. 물론 그렇게 한 것은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도산되고 이것이 무수한 기업들의 동반 도산으로 이어질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 월가만 구해주고 주택을 구입했다가 망한 일반인들은 구해주지 않느냐면서 항의하는 소위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도 있었다.
 

손턴이 국제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은 오스트리아학파의 화폐적 경기변동이론에 입각해서였다. 이 이론에 따르면 통화가 많이 풀려서 금융비용이 매우 낮아지면, 실제 가용한 자원에 비해 더 많은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된다. 경쟁적으로 싼 이자 때 많은 건물들을 지으려고 하지만 건물을 완성할 때 쯤 실제 가용 자원의 부족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손턴 등에 따르면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 자체가 닷컴 버블이 꺼지자 연준이 경기를 부양하려고 지속적으로 통화량을 늘렸고 늘어난 돈이 주택시장에 몰리면서 발생했다.
 

국제금융위기 때 주택경기의 침체를 통해 주택부문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이 투입된 오(誤)투자(mal-investment)가 치유되도록 하는 게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정책이었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고 양적완화 정책을 써서 주택시장 거품 붕괴에 따른 고통스런 치유과정을 겪는 대신 시장에서 도산될 기업들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통화량을 늘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불확실성 등으로 경제주체들이 현금 보유를 선호했지만 불확실성이 조금씩 없어지자 이 돈들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들어오면서 트럼프 취임 이후 증시가 40% 가까이 상승했다가 이번에 급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풀린 돈이 증시로 몰려가서 증권 가격이 하늘을 찌르는 것도 일종의 '마천루의 저주'라고 볼 수 있다.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은 이번 미국의 증시 급락이 '거품의 붕괴'를 알리는 전조(前兆)라고 했다.
 

이런 여러 점들을 감안해보면, 연준의 양적완화라는 임시미봉책이 어떤 형태로든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종결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 연준은 양적완화로 풀린 엄청난 돈을 인플레이션과 여타 추이를 봐가면서 조심스럽게 조금씩 순차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거두어들여서 양적완화 정책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이번 뉴욕 증시의 급락이 말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도 대비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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