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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저출산과 인플레이션

[칼럼]저출산과 인플레이션

기사승인 2018. 03. 1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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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작년에 태어난 아기(35만7700명)와 미혼자를 포함한 가임기 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아이의 수 평균값(1.05)이 모두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12월에는 사망자 수가 신생아 수를 추월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한동안 인구가 줄면서 초고령화되는 현상에 관심을 보였지만 곧 시들해졌다. 10여년쯤 지나 거대인구군인 베이비붐 세대가 75세가 되는 2030년대가 임박하면 이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사회가 떠들썩하겠지만 지금부터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정부 내에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두고 있다.

10년 후쯤 아마도 초고령층의 의료와 간병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다. 누가 이를 부담하느냐를 두고 세대간 갈등이 첨예해질 것이다. 자녀를 열심히 부양하며 살아온 노인들은 자신들이 사회의 짐으로 인식되는 상황이 매우 불편할 것이고 ‘결혼조차 포기한’ 청장년들도 이전 세대들에 비해 잘살 것이라는 희망도 별로 없이 살아가기도 빠듯한데 노후세대의 급증하는 의료비를 ‘세금’으로 감당하기가 벅찰 것이다.

신생아 수 급감의 원인으로는 만혼, 청년층의 취업난, 여성들의 일·가정 이중 부담, 가임 여성 감소 등 여러 요인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혼인건수의 급감이 핵심적 요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 청년층이 경제적 문제 등으로 결혼을 기피하고 있지만 일단 결혼을 하면 출산율이 2.23명으로 저출산 문제가 불거진 16년 전보다 높다고 한다. 지
난해 20~49세 가임여성 가운데 절반이 독신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단순한 보육비 지원 등 기혼부부 중심의 지엽적 정책은 별 효과가 없으며 청년들이 ‘결혼’을 결심하게 할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것일까? 물론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현상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소위 서구 복지국가에 만연한 현상이었다. 이에 대한 다수 경제학자들의 분석은 이렇다. 결혼을 불리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가중되고 있는 세금, 인플레이션으로 주택을 비롯한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부부가 동시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의 도래, 부모가 아이를 자신의 노후를 돌보아줄 ‘자산’이라기보다는 ‘부채’로 인식하게 된 변화, 이에 따른 가족 가치 희석 등을 꼽고 있다.

우리 사회의 출산율 저하를 분석한 연구들도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주택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이 오르면 결혼율과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주택매매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궁극적 이유가 천정부지의 통화 인플레이션이라고 보면, 우리 사회도 인플레이션으로 청년층 남성들이 배우자로 결혼 후에도 직업을 유지할 여성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학자는 저출산 대책으로 여성의 초혼연령을 낮추라고 제안하지만, 여성이 안정된 직장을 가지는 데 걸리는 기간과 어려움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 하에서는 초혼연령을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주지하듯이 정부가 세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정부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최종적으로는 중앙은행이 인수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따라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이들의 의료비와 간병비 등을 국가가 더 부담하고 그 비용을 세금이나 국채발행을 통해 감당하게 될수록 그런 사회에서는 안타깝게도 젊은이들로서는 결혼을 더 기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가사와 양육에 남성들이 더 기여해야 저출산이 극복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고, 아마도 점차 그런 쪽으로 남성들의 태도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인플레이션 구조가 온존하는 상태에서는 남성들의 태도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구조적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을 담은 정책적 제안을 조속히 제시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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