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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교류와 전쟁 발발 가능성

[칼럼] 경제교류와 전쟁 발발 가능성

기사승인 2018. 05. 1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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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경제교류와 전쟁은 관계가 있을까. 있다면 어떤 관계이며 자유로운 경제교류가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들의 제거와 통 큰 경제지원을 맞교환하는 미·북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이 때, 우리 정치가들이 한번쯤 심사숙고해볼 물음이다. 다행히 우리는 최소한 이 문제에 대한 영국의 고전학파 사회철학자들과 자유무역을 지지했던 경제학자들의 견해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찾아보고 참고할 수 있다.

이 문제는 18세기에 중상주의 시대를 끝내고 자유무역 시대를 연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흄 등 영국 고전학파의 중요한 관심사였을 뿐만 아니라 1, 2차 세계대전을 경험했던 미제스 등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고심한 문제였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자유무역과 상호투자는 국가들 사이의 전쟁의 원인들을 종식시키지는 못하지만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자유교역이 전쟁을 막지는 못하며 이는 시민들이 어떤 신념체계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렸다.

자발적 거래는 서로 이득이 기대될 때 이루어지는 ‘윈-윈’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고 그들의 필요를 파악해야 한다. 경제적 교류는 이런 노력을 증대시켜 상호 이해도를 높인다. 외국인이 뿔 달린 도깨비가 아닐까 두려워하는 외국인 공포증은 실제로 접촉하면서 사라진다. 이런 교류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때문에 최소한 장기적으로 전쟁 가능성을 낮출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험주의 철학자이자 고전파 경제학자였던 흄은 “인류의 일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영국인으로서 독일·스페인·이탈리아, 그리고 프랑스의 번영을 기원한다”고 했는데 이는 교역 상대국이 번영할수록 우리도 번영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프랑스의 한 지식인은 “전쟁은 대규모 살상일 뿐만 아니라 터무니없는 자살”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신념체계가 사회에 뿌리를 내릴 때 전쟁의 발발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이와 반대로 갑작스런 경제교류의 단절은 전쟁의 위험을 높인다. 1920년대 말 대공황 때 미국을 필두로 각국이 자국 산업과 시장을 보호하려고 고관세와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장거래가 3분의 1 이상 위축되면서 경제적 고통이 만연했던 적이 있다. “상품이 국경을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 군대가 이를 통과할 것”(If goods don‘t cross borders, armies will)이라는 유명한 말처럼 당시의 고관세 정책이 후일 2차 대전의 먼 원인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유로운 경제교류 자체가 전쟁을 막지는 못한다는 점도 역사적으로 잘 확인되고 있다. 인류에게는 참사라고 할 대규모 살상을 가져왔던 1차 세계대전은 경제교류가 없던 때 발발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미제스의 견해로는 자유무역의 와중에서도 전쟁을 막을 수 없었던 결정적 이유는 결국 이제 사람들은 자유체제에 대한 신념을 잃었고 전쟁을 통한 문제의 해결을 당연시했기 때문이다.

사실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참혹성을 줄이고자 맺었던 여러 국제적인 협정들은 미제스의 지적처럼 “2차 세계대전의 바람이 불자 국가들의 행동을 전혀 제약하지 못했으며 수많은 시민들과 아이들을 참혹하게 희생시켰다.”

자유로운 교역에 대한 확신보다는 대량살상을 동반한 전쟁을 통한 문제의 해결을 추구하는 이념이 살아있는 한, 경제교류는 전쟁의 가능성을 약화시킬 뿐 전쟁의 가능성을 없애지는 못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고전파 경제학자들과 자유무역을 지지했던 경제학자들이 내린 이 결론을 한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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