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장용동 大기자의 이슈진단]국내 최장 인제터널, 최악의 재난사고 당할 수도

[장용동 大기자의 이슈진단]국내 최장 인제터널, 최악의 재난사고 당할 수도

기사승인 2017. 07. 19. 17:3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장용동 대기자1
지난해 개봉된 영화 ‘판도라’가 노후된 원자력 발전소 ‘한별1호기’ 폭발 사고를 다뤄 원전 폭발에 대한 막연한 국민적 공포심을 촉발했듯이 최근 김성훈 감독의 ‘터널’ 역시 터널 붕괴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킨 재난 영화다. 일상에서 까맣게 잊고 지냈던 대형 터널 붕괴 사고를 소재 삼아 터널 안에 갇힌 주인공, 하정우를 놓고 안팎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갈등, 그리고 촌각을 다투는 구난 등을 통해 최고조의 공포와 스릴을 표출하고 있다.

픽션의 성격상 현실과 이치에 맞지않는 부분까지 확대 가공해서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이를 단순한 상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특히 재난사고는 기술적 문제보다 운영 관리 등 인재를 통해 발생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달 말 완전 개통된 서울~양양간 고속도로의 인제터널은 국내 토목 기술의 총아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방향 동시굴착이라는 건설기술을 처음으로 실현한데 이어 보조터널을 구축, 환기시설 및 긴급 대피통로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장대터널 운용관리에 새로운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총11km에 달하는 국내 최장 장대터널인 만큼 과속운전이나 졸음운전 등에 대비, 터널을 S자 모양으로 네번 휘어지게 설계했다. 또 사고 방지를 위해 천장에 LED 조명을 설치, 운전자가 마치 숲속이나 바다를 지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터널내 사고시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난시설을 설치했고 내륙에서 동해쪽으로 1.95도씩 서서히 내려가도록 건설해 200m에 달하는 고도를 극복토록 한 가장 진화(?)된 선진 터널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최한 우주건설대회(Centennial Challenges)에서 세계 1위를 할 정도의 국내 토목기술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고도의 토목기술이 활용된 작품이라는 것과 재난 사고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관리 운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곧 초대형 사고와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기자가 최근 인제터널을 이용하면서 경험한 사례는 대재난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터널의 서울 방향 10㎞ 정도의 지점에서 대형버스가 타이어에 펑크가 나 멈춰서자 수백대의 자동차가 터널에서 엉겨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터널내 사고시 입구에서 차선을 차단해야 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2차 사고나 피해를 감안하면 1개 차선을 통해 속히 터널을 빠져나가게 유도하는 게 절대 필요다.

그러나 4대의 응급 차량이 터널속 현장에만 매달리는 모양새를 보였고 그 사이에 터널은 차량으로 온통 메워져 버린 것이다. 만약에 2차 충돌 화재사고라도 났다면 터널은 그야말로 끔찍한 대재앙의 현장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존 터널 관리 운용과는 완전히 다른 매뉴얼을 적용하고 반복된 도상 훈련을 통해서 긴급 사태 발생 때 이를 완벽하게 대응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증표다. 꽉 막힌 터널내에서 장시간 머물다 보면 폐쇄공포증 환자까지 생겨날 수 있는 현실과 과거재난 사고가 대부분 예정된 인재였음을 감안하면 인제터널 대형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수 있다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2010년 초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국경을 넘으면서 30여분을 지나는 장대터널을 통과한 적이 있다. 이 터널은 수초동안 차량을 멈춰 사고가 없으면 통과케 하는 이른바 스톱 워치(stop & watch)방식을 적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터널내 대형 사고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었으리라 본다. 또 자동차 선진국인 이탈리아에서는 모든 화물차의 경우 맨 바깥 차선만을 이용토록하고 있다. 역시 교통사고를 줄이고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대안일 것이다. 자동차 1000만대 시대에 우리의 차량통행문화도 이제 새롭게 고려해볼 만하다. 이는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힘들다. 토목학회나 건설업계, 교통관련 단체 등도 장대터널에 대한 운용관리 기술과 교통규제에 대해 적극 연구, 최적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물론 이용자들 역시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고 규칙을 준수하는 선진화된 시민의식이 절대 필요하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