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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大기자의 이슈진단]도시재생뉴딜사업, 4대강 전철을 밟지않으려면

[장용동 大기자의 이슈진단]도시재생뉴딜사업, 4대강 전철을 밟지않으려면

기사승인 2017. 08. 0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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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장용동 대기자
고도성장기를 먼저 거친 일본이 도시재생에 본격 나선 것은 지난 80년대 후반이다. 우리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격이던 주택건설 공기업을 하나로 합쳐 도시주택공급공단을 만들고 폐부두와 공단, 슬럼화된 주택단지 등만을 집중적으로 재생 시키는 민관 재생 프로젝트를 적극화했다. 당시 일본 주택시장을 취재하던 기자 눈에는 도시 재생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다. 우리는 88서울올림픽 개최이후 자고나면 1000만원씩 집값이 뛰어 오르고 자살사태를 불러 일으키는 등 주택문제가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급기야 분당 등 수도권 5개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 대량 공급체계에 들어갔던 시기다. 신도시 건설과 택지개발에 열을 올리던 우리와 달리 일본은 도시내 노후 주택지나 공단 등을 활용, 레저 등 젊은 층을 유인할 시설과 꽃 박람회 등을 개최해 슬럼화된 지역 이미지를 고양시키고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 집중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계획가와 시민단체, 전문가 그룹이 지역 주민들과 10년 이상 협의하고 설득하며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주민과 얼굴을 맞대고 지역 커뮤니티에 합당한 최적의 마을만들기에 나선 모습은 주민 내몰기에 여념이 없던 우리와 상이했다. 밤잠을 설친채 손에 골무를 끼고 도면을 넘기던 공무원들의 일하는 자세와 유명 계획가들이 주민을 위한 개발을 위해 노력하던 모습이 30년 정도가 흐른 지금까지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오늘날 도쿄의 롯폰기 힐이나 도라노몬 힐스와 같은 성공적인 도시 재생을 낳은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의 도시 재생 경험은 어떤가. 재생은 고도성장이후 나타나는 도시의 생리적 현상인데다 그동안 주택의 대량 공급이 절실했고 시끄러운 민원을 피하기 위해 기존 주택지보다 신개발지를 선호해왔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 역시 재생보다는 신도시쪽에 쏠려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외국 유학파의 경우 신도시 건설이 화두였기에 여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게 아닐까. 물론 지난 2003년 도시 및 정비법이 제정된후 많은 도시 정비 사업을 수행해온게 사실이다. 하지만 재건축과 재개발, 뉴타운 등 전면 개발에 집중됐을뿐 문재인 정부에서 말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시간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전문 인력이나,기법, 노하우 등은 하루 아침에 확보될 수 없다

이같은 환경속에서 정부는 문재인 정부 공약 실현을 위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시안을 내놨다. 올해 12월까지 110곳을 지정하되 전체 사업지의 70%를 광역 지자체 주관으로 선정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재생이 시급한 지역을 선정하되 지역특성을 잘 살린 곳을 우선적으로 택한다는게 골자다.

전국 2300곳에서 적합성을 감안해 110개를 골라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 환경 조사와 주민 의견 청취, 전문가 의견 등을 제대로 갖춰 최적 지역 특화 재생 사업을 확정짓는 일 역시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지자체는 난리다. 중앙 지원사업을 따내려고 모든 지자체가 서둘러 재생 전담팀을 만들고 지역 국회의원까지 동원하는 등 벌써부터 과열경쟁 조짐을 보일 정도다. 국비와 지방비 합해 연 3000억원대에도 이르지 못한 도시재생 예산이 무려 10조원대가 투입된다니 이를 앉아서 보고만 있을 지자체는 없을 것이다. 점차 배가 산으로 갈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도시주택공사(SH),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주택도시관련 공기업은 물론 국토연구원 등 관련 연구기관, 심지어 민간 부동산관련 학회까지 나서 도시재생 틀을 짜고 있지만 여전히 혼미 스럽다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뉴딜 사업이 과연 제대로 진행될 것인가. 또 재생주최는 누구이고 지원자금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동그랗게 페인트질한 담장과 보도블록, 그리고 썰렁한 주차장만 남는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속도를 늦추고 시범사업부터 제대로 해봐야 한다. 당국과 정치권은 50조원이 투입되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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