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장용동 칼럼]산골오지 ‘살둔마을’ 재생이 주는 의미

[칼럼][장용동 칼럼]산골오지 ‘살둔마을’ 재생이 주는 의미

기사승인 2017. 10. 25. 17:3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장용동 대기자1
본지 편집인
살둔마을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의 오지 산촌이다. 지난 90년대까지만 해도 높은 산 고갯길을 서너 개는 넘어야 접근이 가능할 정도로 깊은 산중이었지만 이후 지방도가 개통되면서 내방이 한결 쉬워졌다. 하지만 아직도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이 없어 승용차로만 갈 수 있는 전국 몇 개 안되는 그야말로 깡촌(?) 마을이기도 하다. 정감록에 물과 불,바람이 들지않는다는 소위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로 꼽히는 피장처(避藏處)중의 하나인 살둔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지난 2012년 살둔산장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상모처럼 물줄기가 휘돌아 나가는 내린천 상류의 합수 지점에 들어선 산장은 편안함과 함께 휴식처로는 안성맞춤이었다. 고산과 계곡을 낀 분지로 입지적 특장점이 뛰어나 명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이 풍부한 것도 매력이었다. 윤보선 대통령가의 관계인이 월정사 복원 목재를 활용, 2층 규모로 지은 귀틀집 형태 산장은 건축 당시부터 대대로 손을 거쳐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귀곡산장과 다름이 없는 무너진 살둔산장을 리모델링해 도시민의 편안한 힐링처로 바꾼 것은 바로 이같은 입지적 장점과 역사성이 존재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살둔마을은 오늘날 농촌과 산촌이 그렇듯이 처절할 정도로 피폐해져 있었다. 마을가구수가 27가구 정도에 불과한 산촌에 거주자는 절대 다수가 노인이고 생산작물 역시 인력부족에 판로마저 없어 농협 수매에 절대 의존하는 처지였다. 못살고 헐벗으면 자연히 서로 다툼이 많고 불신만 팽배한게 기본 생리다. 자연환경마저 겨울이 6개월 정도이다 보니 생산성을 맞출수도 없고 특별한 변신도 힘든게 사실이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시작한게 지역 특산물 팔아주기였다. 살둔에코팜이라는 법인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청정 특산물을 생산하면 도회지 회원들이 이를 사주는 이른바 생협 방식의 농산물 유통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오가피, 곰취, 명이, 그리고 고로쇠, 시래기 등이 우선 대상이었다. 이는 자포자기한 오지 산촌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또 산장을 내방객이 언제든지 들를수 있도록 사계절 모두 개방함으로써 마을을 찾는 숫자가 늘어났다. 사실 수익을 감안한다면 산촌 펜션은 여름 한 철만 영업을 하고 폐쇄하는게 최고이다. 1년 영업날수가 30일도 째 되지않는 경우가 허다한게 현실이다. 이를 딛고 사계절 개방하다보니 마을 내방객이 기아급수적으로 크게 늘어나 요즘은 문닫은 가게가 다시 문을 열고 장사를 할 정도로 경제력이 회복돼 가고 있다.

아울러 당초 30가구로 출발한 특산물 거래 사업은 4년만에 150가구에 이를 정도로 크게 늘고 이웃 동네에서 조차 특산물을 조달을 원할 정도다. 무엇보다 생산자인 마을 주민과 소비자인 도회지 회원이 서로 만나 고마움을 전하는 만남이 필요했다. 생산자인 농민은 무공해 청정 상품을 생산코자하는 마음가짐이며 소비자는 그런 생산자의 노고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고안한 것이 살둔산장 ‘미각의 추억’ 페스티벌이다. 가을 단풍철 하루를 정해 서로 만남을 갖고 식사의 장을 연 것이다. 여기에 작은 산장 음악회까지 곁들이니 호응이 좋아 연 4회째 축제를 성공리에 마칠수 있었다. 핵심 동력은 서로 이어주는 마음이다.

가을철을 맞아 지역 축제가 성행하고 귀농귀촌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지역주민의 공동체 의식 함양은 물론 외지인을 적극 유치해 지역을 알리고 주민의 소득향상을 꾀하는 축제나 행사라면 환영할만하다. 갈수록 피폐해지는 농촌을 살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와 주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절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 축제가 지역주민조차 외면하는 안방 페스티벌에 그치고 성과가 부풀려지기 일쑤다. 부가가치 창출은 고사하고 극심한 예산 낭비인 경우가 허다하다. 지역주민과 외지인을 연결하는 노하우가 부족한데 따른 것이다. 지역사회의 특성을 충분히 살릴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동력으로 활용해 소구력을 갖도록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귀농귀촌 역시 지원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그들의 마음을 매만지고 갈증을 해소하는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이 우선이다. 전략없는 축제는 무용지물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