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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99년 트럼프와 2017년 트럼프

[장용동 칼럼]99년 트럼프와 2017년 트럼프

기사승인 2017. 11. 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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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편집인
방한 이틀 동안은 물론 1주일 동안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톱 뉴스를 휩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것은 지난 1999년이었다. 당시 우리는 갑자기 몰아닥친 외환위기를 극복하느라 진땀을 흘린 긴박한 시기로 주식은 물론 부동산 자산가치가 30%이상 증발한 상황이었다. 외부로는 단 한 푼의 달러라도 벌이들이기 위해 무엇이든 내다 팔아야했고 내적으로는 부도직전에 몰린 기업과 은행의 흡수합병소식이 연일 뉴스를 장식했다. 물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서울 서소문 공원은 노숙자들로 넘쳐나던 시기였다.

이런 긴박한 경제 상황속에서 미국의 유명 부동산 디벨로퍼이자 자산가인 도널드 트럼프가 한 기업의 초청으로 서울 여의도에 등장, 큰 관심을 모았다. 대우건설이 추진한 ‘트럼프 타워’ 주상복합건물의 여의도 분양 마케팅 현장에 54살의 글로벌 부동산 기업 오너가 바람처럼 등장한 것이다. 서너명의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나타난 트럼프는 떠벌이 같은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저물어 가던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과의 인연으로 내방한 탓인지 새침하면서도 거드름을 피우는 것같은 분위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식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질문할 시간이 주어졌는데 참석했던 대다수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비록 카지노에 투자했다가 부도가 나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의 부동산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거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 시장을 보는 눈이나 개발에 대한 쪽집게 같은 한마디에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은 바닥 자체였고 살아나기 힘들 것이다라는 회의론이 지배적인 탓에 그의 한마디는 중요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시장전망을 묻는 질문에 그는 거침없이 답변했다. “시장은 확실히 살아난다”고. 그리고 핵심 부동산 상품의 개발과 성공의 요인을 묻는 질문에도 “부동산은 입지보다 어떻게 독특한 가치를 창조해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특별히 강조한 것이다. 입지와 모양이 좋은 비싼 땅을 사서 개발하는 것보다 열악한 입지의 땅을 싸게 사서 특별한 아이디어를 가해 개발하는게 낫다는 얘기다.

당시 이같은 답변은 별로 부각되지않았다. 장사꾼같은 발언, 그리고 그의 존재에 대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한국 시장을 어느정도 치밀하게 분석해보고 말한 것인지는 몰라도 2000년 들어 여의도 부동산을 비롯해 한국의 주택시장은 강하게 달아올라 이후 2000년 중반 부동산 전성시대를 가져왔다. 이를 감안하면 그가 대우건설로부터 받은 700만달러정도의 프로모션 비용은 그 가치를 충분히 한 셈이다. 또 부동산 개발업계에 특별한 메시지를 준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7~8일 만찬과 국회에서의 연설 등을 보면 그의 신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고 화두 역시 북핵과 군사적 대처, 경제와 무역 등으로 대국적 소재로 바뀌었지만 사업가다운 기질은 달라진게 없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군사동맹과 무기판매 문제를 기업영업식으로 공개 언급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날씨 때문에 무산됐지만 거침없이 비무장지대(DMZ)방문을 계획하고 북핵에 대해서는 최강의 대처방안을 내놓으면서도 무역 문제는 은밀히게 넘어간 국회 연설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약점이자 우려인 코리아 패싱에 대해 ‘한국 건너뛰지않는다’라고 명쾌하게 답변해주고 박성현 선수의 US골프 오픈 등극을 극찬한 것도 그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호탕한 웃음뒤에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그의 표정 역시 기업가, 사업가 다운 기질을 내보인 것으로 볼수 있다.

어느 정도 우리가 무역 보상(?)에 대해 확약한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이제부터 그는 탄두중량해제나 첨단무기의 한반도 배치등에 대한 실천보다는 미국의 경제적 이득에 대해 더 무거운 관심을 두고 통상압박을 계속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손익계산서를 들고 그 결과에 따라 쥐락펴락할 것이 분명하다. 이제부터는 우리의 합치된 의견과 대처, 그리고 심연에서 나오는 전략이 중요하다. 외세의 싸움터가 돼 사분오열됐던 청일전쟁 당시의 조선이 되지않으려면 섣부른 예단과 독단적인 결정으로 나라 방파제에 금이 가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 좌우로 나누어 ‘노(NO) 트럼프’와 ‘예스(YES) 트럼프’를 외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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