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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퇴적층, 서울 수도권에 지진이 발생한다면

[장용동 칼럼]퇴적층, 서울 수도권에 지진이 발생한다면

기사승인 2017. 11. 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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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본지 편집인
지난 15일 경북 포항지진 이후 내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필로티 방식으로 지어진 다세대주택의 기둥이 붕괴되고 멀쩡한 학교 건물외벽의 치장벽돌이 와르르 무너져 낙하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쩍쩍 갈라진 벽체와 담장 등은 언제 사고를 부를지 불안하기만하다. 더욱이 멀쩡한 땅에서 물이 배어나와 물렁물렁해지는 액상화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자 포항 땅은 사람이 살지 못할 불모지로 인식될 정도다. 내진 대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는 그동안 뭐했냐는 질타와 비난에 이어 부실시공 논란까지 비화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내 건물의 내진설계가 본격 거론된 것은 1985년 멕시코 지진때부터로 기억된다. 당시 8.2 규모의 지진으로 멕시코시티가 초토화되고 1만명의 목숨을 앗아가자 학계 등을 현지에 파견, 내진 코드 개발 용역이 진행됐고 이를 설계에 반영시켰다. 이후 8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95년 일본 고베 등의 대지진을 거울 삼아 지난 30년 동안 내진설계를 꾸준히 보완해온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외 지진이 일때만 일시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컸을 뿐 시간이 흐르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여기에는 안전보다 한푼을 아껴 시공하려는 건물주의 싸구려 건설 행태와 이같은 현실을 과감히 뿌리치지 못한 정부의 입장이 맞물려 내진 정책이 표류해온 것이다.

전국적인 지반조사 등 근원적 접근보다 설계코드 반영 정도에 그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포항정도의 지진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조차 하기 싶지 않지만 서울은 남산아래 한강권 이남은 지진에 취약한 퇴적층으로 구성돼 있다. 심각한 피해를 당한 포항에서 보듯이 서울에 지진이 엄습한다면 초고층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있는 강남권을 비롯해 한강 이남 수도권 지역은 그야말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더구나 한반도 지진이 판구조의 마주침에 따른 응력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면 언제라도 전역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구조의 안전을 위한 내진설계 강화와 완벽 구조체 시공, 심지어 마감재나 내장재 설치의 지진보완책은 화급한 해결과제가 아닐수 없다.

하지만 지진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에 가까울 정도이고 무방비 상태다. 비록 기술은 어느정도 확보한 상태이고 대규모 기반시설에 대해서는 실제 시공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인식면에서는 이웃 일본에 비하면 걸음마 정도도 되지않는다. 일본은 내진을 넘어 제진, 면진 설계까지 일반화된 정도다. 건물 내부에 대해서도 지진으로 인한 낙하를 감안해 각종 실내 시설을 보완해 놓은 점 등은 놀라울 정도다. 기존 건물은 ‘엑스(X)’ 밴드 철골로 보강, 안전을 강화하고 구조체 안전 대책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파트도 베란다에 구멍을 뚫어 아래층으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를 두고 벽체마다 고리를 설치해 진동으로 인해 추락하거나 열리는 것을 방지하고 있는게 일본 건물의 일반적 시설이다. 아파트 내외부가 지진을 감안해 최우선으로 설계되고 시설됐다고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국민적 관심만큼이나 허술하기 그지없다.

이제 부터라도 차분하게 관·산·학·연이 혼연일체가 돼 단계별 전략을 수립하고 철저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학교 병원 등 공공건물부터 내진설계를 완벽 적용토록 하고 기존 건물 보강책에 심혈을 기울이는게 필요하다. 이어 민간 건물에 대해 내진시설을 의무화하되 세제 혜택 등 유도정책을 적극 펼치는게 바람직하다. 전국적으로 지반 조사 등도 철저히 수행, 퇴적층이나 액상화 지역에 대해서는 건물 짓는 것을 제한하는게 옳다. 모든 대상물과 지리적 속성이 반영된다하더라도 비용지출구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유효한 지진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비용에 대한 국민적 수용이 뒤따라줘야 가능한 일이다. 아울러 최고의 기술적 내진설계가 제대로 반영됐다해도 시공이 따라주지 못하면 허사다. 건물은 제대로 하중을 계산해서 설계에 반영하고 이에 걸맞은 완벽 시공을 해야 성능을 발휘하게 된다. 포항의 다세대 주택 필로티 구조가 힘없이 붕괴된 것도 상부의 벽식구조와 하부의 기둥간의 비틀림 현상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주철근과 띠철근의 배근 규정을 어긴 부실시공 탓이다. 부실시공은 여전히 우리사회의 최대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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