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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강남 집값, 인기영합보다 원칙적인 수급 문제로 풀어야

[장용동 칼럼]강남 집값, 인기영합보다 원칙적인 수급 문제로 풀어야

기사승인 2018. 01. 1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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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편집인
서울 강남 주택시장은 지난 집값 상승의 풍향계 노릇을 해왔다. 집값이 하락할때보다 오를때면 으레껏 강남이 선봉장이되어 점차 수도권으로, 지방 대도시권으로 확산되는 발화점이 되어온 것이다. 88년 올림픽 특수를 타고 급등했던 집값 대세상승기 역시 강남에서 수도권으로 확대되어 나갔고 분당 신도시 등이 건설되면서 불길이 잡혔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강남이 평당 2000만원대를 돌파하면서 수도권 등 전국의 집값은 다시 한번 전고점을 넘어서는 계기가 됐다. 선호도가 높은 강남의 주택은 지난 40년 동안 계단식 상승을 거듭해온 결과 이제 평당 8000만원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입지가 양호하고 고급수요층의 선호도가 높은 곳에는 부촌이 형성되게 마련이다. 홍콩이나 뉴욕, 런던 등지도 도심권이나 녹지권역 등에 어김없이 부촌이 형성되고 집값은 평당 수억원대의 초고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서구의 어느 선진국도 이같은 고급단지, 초고가에 대해 인위적으로 시장을 제압하는 나라는 보기 드물다. 수급과 세금, 금융 등 부동산 시장의 변수를 조절수단으로 삼는게 일반적이다.

우리의 강남 주택시장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고강도 압박정책을 통해 고급 주택시장을 짓누르는 정책의 오류가 강남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대선때까지만 해도 강남주택가격은 게걸음 장세에 불과했다. 새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강성으로 흐를 것이라는 심리적 영향까지 가세하면서 되레 냉각을 우려했던게 사실이다. 이같은 흐름이 선거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강남이 움직이면서 서서히 기동을 시작한 것이다. 압박위주의 6·19조치에 이어 8·2 핀셋 정책이 나오면서 얼굴을 바꾸기 시작했다.

초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장세까지 가세하면서 계단식 상승은 속도감을 더해 갔고 지난해말 급기야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 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학습효과가 단단히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규제의 역습을 경험한 주택시장에 강남을 억누르면 튀어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게 번졌고 이는 시장 전체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기름을 부은게 다가구 양도세 중과 벌칙(?)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대폭 올리고 보유세에 대해서도 강화할 것이니 투기꾼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임대등록을 하든지 조기에 팔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렇게 되자 허접한 수도권이나 지방권 주택을 팔고 알짜 서울권 주택으로 갈아타려는 수요층이 대거 몰렸고 강남 재건축단지가 1차 집중 타깃이 됐다. 더구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가 지난해말로 끝나면서 부담금이 없는 유리한 재건축 매물은 씨가 말랐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 것이다. 손발 안맞는 교육 행정까지 가세해 수요를 더욱 촉발시킨 것이다. 심지어 재건축 초과이익을 환수하면 그 금액만큼 집값에 반영될 것이라며 대담한 매입세까지 가세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의 영향과 효과를 믿기는커녕 아마추어리즘을 조롱하는 분위기다. 재건축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기존 아파트와 가격 턱이 생겨 재차 가격을 견인하는 역효과가 날게 뻔하다는 식이다. 보유세 강화차원에서 종합부동산세나 별도의 징벌적 세금을 실시한다해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분위기다. 가격이 수억원대가 올랐는데 수백만원 정도야 껌값이라는 것이다. 재건축 내용연한을 40년으로 연장한다해도 공급이 더욱 부족해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을 정도다.

비트코인 정책에서 보듯이 시장을 마음대로 주무를수 있다는 막가파식 응급대책으로는 결코 시장 안정화를 달성할수 없다. 인기에 편승한 정치권의 짓누르기식 주택정책이 시장실패에 이어 정책실패를 낳은 것이다. 시장을 정상화하기위해서는 본질적인 수급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재건축을 조이기보다는 물꼬를 트는게 중요하다. 지난 2008년이후 800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잠실권 주공아파트 재건축이 입주를 맞으면서 3~4년동안 안정세를 유지해왔던 경험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물론 여러채의 주택을 사두려는 수요를 조절, 분산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가수요는 집값이 안정되면 자연히 줄어드는게 자산시장의 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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