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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大기자의 이슈진단]글로벌 외투자금, 국내기업 사냥 판도라상자 열리나

[장용동 大기자의 이슈진단]글로벌 외투자금, 국내기업 사냥 판도라상자 열리나

기사승인 2019. 04. 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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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장용동 대기자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저지한 이후 국내 대기업들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안하무인격 오너 일가의 기업 경영 및 소유에 경종을 울린 정부의 정책의지란 분석과 함께 외국 투자 자금이 침투, 국내 우량 기업들을 주무를 빌미를 준 것으로 평가되면서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선례는 연금이 겁박(?)해 오너를 밀어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들의 인수합병(M&A)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제대로 된 기준조차 없는 가운데 발생한 일로, 단순히 국민연금이 주주로 참여한 259개 기업만 우려할게 아니라는 것이다. 막대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글로벌 투자사들의 경우 세계적 경제 및 금융 불안을 틈타 알짜 기업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이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업 역사가 길지 않고 국제법 등에 취약한 국내 대기업들이 사냥감이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극심한 몸살을 앓을 소지가 크다. 과거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같은 분위기에서 헤어나오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막강한 자금력을 휘두르는 JP모건·블랙 록·뱅가드 등의 투자 자금은 무려 5조~6조 달러 수준에 이른다. 또 이들의 지배력 아래 있으면서 이익 강탈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헤지 펀드성격의 군소투자사들도 수천억 달러의 자금 동원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국내 최대 규모인 국민연금의 자금력은 고작 5000억 달러로 이들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글로벌 맹수들이 기업 사냥에 나설 경우 손도 쓰지 못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미국의 커빈 매킨지 등 많은 글로벌 투자사들이 국내에 거점을 두고 호시탐탐 M&A등을 노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오너 일가와 계열사 지분이 평균 25%정도, 금융사가 25%정도를 소유한 국내 기업에 이들 자금이 침투할 경우 경영과 소유가 흔들리고 막대한 이익이 이들에게 넘어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더구나 지금까지 거대한 글로벌 투자사들의 경우 나름대로 금도가 있었다. 국경을 넘어 오너가의 지분을 협박해서 경영권을 흔드는 행태는 자제해오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처럼 망나니같은(?) 군소 외투사들이 우량기업을 겁박하는 사례가 없지 않으나 대형투자사들의 직접 참여는 국가간의 상도의를 지키는게 관례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현금이 없어 그대로 유린 당한 우리의 경우 큰 대가를 치르면서 기업들이 명맥을 유지해온바 있다.

하지만 이번 국민연금의 사례는 바로 기업 총수를 압박하는 지분권을 행사 함으로써 외국 투자사들에게 누구나 할수 있다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외국 자금의 국내 기업 사냥의 길을 터준 것으로 해외투자사의 국내 기업의 M&A를 불러올 수 있는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이후 미국은 지속적으로 무역딜을 시행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미국은 중국을 압박, 최근 외국 대주주의 허용을 끌어낸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미국의 기업 법무,경영 부문의 완전 개방 요구를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처지다. 건드리면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번 파장은 생각보다 클수도 있다.

기업의 생존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임금과 근로조건이 급변하면서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된데다 경제마저 급락하는 추세다. 게다가 한반도 정세까지 복잡다단해 기업들의 사기가 그야말로 바닥이다. 재벌가의 횡포와 부패근절, 정의실현도 중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대주주를 겁박하는 것은 자칫 빈대잡기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한다. 황금 알이 아무리 중요하다해도 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을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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