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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군인은 절대로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전인범 칼럼] ‘군인은 절대로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기사승인 2018. 08. 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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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정치지도자 어떤 결정을 내려도 결정나면 따라"
"미국, 한국의 가장 믿을만한 우방이고 동맹이지만
한국의 상응하는 노력때 동맹 효과·가치 빛 발해"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존 케이 싱글러브(John Kirk Singlaub) 전 주한미군 참모장(예비역 육군 소장)과 인터뷰를 했다. 올해로 97살이 되는 싱글러브 장군은 1977년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하다가 전역한 인물이다. 한국에게는 ‘고마운 미군’으로 기억되는 분이다. 한국에 대한 크고 작은 공로로 2015년에는 한·미 동맹상을 받기도 했다.

싱글러브 장군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그야말로 남달랐다. 싱글러브 장군은 한구전쟁 당시 대대장으로 참전했다. 한국은 자기 결정으로 부하들이 죽고 부상당한 곳이다. 1977년 한국에서 근무할 당시도 전쟁의 폐허 속에서 딛고 일어나 발전된 한국을 지켜 본 그는 한국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보람을 느끼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인터뷰는 당시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하게 된 배경과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한 그의 생각을 물어 봤다. 하지만 인터뷰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싱글러브 장군은 비록 전역한지 40년이 지났고 구순(九旬)의 나이지만 조금이라도 정치적인 얘기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순간 나는 40년 전 현역 군인으로 군 통수권자에게도 소신 있게 할 말을 했던 싱글러브 장군이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미군, 정치지도자 어떤 결정을 내려도 결정나면 따라

싱글러브 장군은 당시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최종 결심을 아직 하지 않았으며,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최종 결심을 하기 전에 한국에서 근무 중인 군인과 한반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겠다는 말을 믿고 있었다. 또 1977년은 8·18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등 북한이 남한과 미국에 대해 매우 호전적이고 도발적인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날 부대를 방문한 기자의 질문에 한반도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한 것이 개인의 의견으로 와전돼 반(反) 카터 발언으로 됐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미국 의회에서 한반도 상황에 대한 장군의 의견을 묻기에 아직은 철군 할 때가 아니라고 증언한 것이 마치 대통령에게 대든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주한미군의 철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얘기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만약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 미군 중에 반(反) 트럼프 깃발을 들고 일어날 군인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미국의 철저한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결과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일단 결정이 나면 따른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연합 연습의 중단 발표만 봐도 그렇다. 미 국방성에서 반대의 목소리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한·미 혈맹, 한국 상응하는 노력때 효과·가치 빛 발해

또 한가지 교훈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의 임무와 역할이다. 미국 군대는 문민통제 아래에 있기 때문에 설령 정치 지도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더라도 일단 결정이 나면 따른다는 것이다. 결정이 나기 전에는 의견을 개진할지언정 결정이 나면 따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군 뿐만 아니라 사회도 배워야 할 대목이다.

지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추진 속도와 방향은 일정치 않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뒤섞여 있다. 분명한 것은 평화는 힘으로 뒷받침될 때 이뤄진다는 진리다. 따라서 내 나라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것이 동서고금에 변함없는 명제다. 그것이 군대의 존재 이유이다.

비록 싱글러브 장군과의 인터뷰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분명히 느낀 것은 군인은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미국은 우리의 가장 믿을만한 우방이고 동맹이지만 그것도 우리의 상응하는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동맹으로서의 효과와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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