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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빈 칼럼] ‘혁명보다 어려운 개혁’ 점진적 타협 절실하다

[홍석빈 칼럼] ‘혁명보다 어려운 개혁’ 점진적 타협 절실하다

기사승인 2018. 12. 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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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빈 우석대 교수 '역사는 과거 현재 끊임없는 대화'
경영계와 노동계 대화 타협이 '한국경제 돌파구'
'극단적 혁명아닌 점진적 혁신의 길' 미래 담보
홍석빈 교수 최종 증명 사진
홍석빈 우석대 교수
역사가인 캠브리지대 교수 이 에이치 카(E. H. 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명쾌하게 정의했다. 카 교수가 역사를 이 같이 정의내린 의도는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쳤듯 현재는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과거를 잊지 않고 현재를 끊임없이 성찰해 다가올 미래를 제대로 준비한 국가와 민족만이 번영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시련과 불행으로 점철된 과거를 멍에로 지고 살아온 우리 민족과 대한민국은 후세에게 물려줄 영광스러운 새 미래를 창달해갈 현재와 미래 간의 대화가 제대로 진행 중에 있는가?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단언하기 힘든 답답한 시기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미래지향적 관점이 아닌 현재에 매몰된 관점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일례로 사회적 대화와 이해관계자 조정기구로 출범한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는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됐다.

경사위는 과거 외환위기(IMF) 사태 이후 출범했던 노사정위원회의 연장선상에 있다.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경제의 돌파구는 기업과 산업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기업의 두 축인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화, 타협, 협력이 있어야 위기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 타협이 ‘한국경제 돌파구’

디지털 전환이라는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입에 들어와 있는 현재 우리 경영계와 노동계에 요구되는 것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미래 지향적 관점과 자세이다. 조직과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지만 자기이익의 확보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생존이 지속가능할 때 비로소 그 결과물로 챙길 수 있다.

과거 쌍용자동차 사태, 최근 제너럴모터스(GM) 대우 군상공장 폐쇄사태 등에서 보듯 ‘기업이 망하면 노조도 없다’는 생생한 현장을 우리는 직접 목격해 왔지 않은가. 경사위에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집단이 미래 지향적 대안모색을 위해 대화의 테이블로 나가길 바란다.

우리 사회의 현재 문제와 미래 해결책 간 대화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원인은 상식과 원칙의 도를 넘어서는 집단적 자기이익 집착이다. 혹자는 이런 현상을 일컬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증후군’이란 핀잔을 쏟아낸다.

과거 그리스는 압도적 우위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페르시아의 정복야욕을 물리치고 소아시아 지역에서 찬란한 문명을 일궈냈다. 하지만 불과 백 년이 못돼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를 맹주로 한 펠로폰네소스 동맹 간 벌어진 30여 년 간의 지리한 내전 끝에 도시국가에서 제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놓치고 변방에서 일어난 로마에게 제국의 자리를 내주며 공멸했다.

수백 개의 도시국가로 구성된 그리스 사회 전체의 공동번영을 추구하고자 개방적 미래지향 정책을 추구하던 아테나가 폐쇄적 현재이익 중심의 일국주의에 집착하던 스파르타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 현재는 미래의 기회를 잃게 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극단적 혁명 아닌 점진적 혁신의 길’ 미래 담보

로마를 제국의 반열에 굳건히 올려놓은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하지만 지도자라면 자기가 보기 싫은 것, 하기 싫은 것도 함께 보고 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설파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현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마음가짐은 ‘혁명보다 어려운 것이 개혁’이라는 명제다.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고 현재의 모순을 타파하며 개선하는 데에 있어 우리 사회가 견지해야 할 바람직한 관점은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라 점진적이고 타협적인 것이어야 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소득주도성장 논쟁, 선거제도를 둘러싼 당리당략적 소모전과 예산심의 발목잡기, 소상공인 대상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놓고 벌이는 이해관계집단들 간 대립, 음주운전처벌과 관련한 법률 개정안(윤창호법)의 처벌 수위를 놓고 벌이는 정쟁 등 우리 사회 곳곳의 영역에는 ‘도 아니면 모(All or Nothing)’식의 승자독식 문화가 팽배해 있다. 대한민국 전체 공동체가 대립과 갈등의 골이 깊은 분노사회임을 보여준다. 분노사회는 필히 위험사회로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로서의 역사는 기나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극단적 혁명이 아닌 점진적 혁신의 길’이 옳았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20세기의 유산을 뒤로 하고 21세기 새로운 대한민국의 활로를 모색해야 할 중차대한 현재를 살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개인, 조직, 국가 차원에서 현재와 미래의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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