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취재뒷담화]외국서 벌어진 경제·통화당국 수장간 ‘금리인하’ 신경전

[취재뒷담화]외국서 벌어진 경제·통화당국 수장간 ‘금리인하’ 신경전

기사승인 2016. 10. 09. 18:1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우리나라 경제·통화정책 결정권자라 할 수 있는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 여부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그것도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에서 말입니다.

미국 현지에서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이주열 한은 총재라고 합니다. 이 총재가 연차총회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화정책의 여력은 제한적이지만, 재정정책은 여력이 있다”라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통화정책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말은 곧 현재 기준금리 수준(1.25%)에서 경기활성화를 명목으로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여력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오는 13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더 이상의 금리인하는 어렵다는 일종의 시그널인 셈입니다.

그러자 유일호 부총리도 이에 화답(?)하듯 한마디 했습니다. 현지에서 가진 한 외신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전 세계가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왔고 거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면서도 “거꾸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기준금리가 1.25% 수준인 상태라 아직 ‘룸(여력)’이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내수진작 등 경기활력 제고를 위해 금리인하 카드를 써온 다른 나라는 어렵겠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더 내릴 여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 발언에 따른 논란을 의식한듯 “단순 논리로 따지면 그렇다는 것이지, 금리 결정은 금통위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기기는 했습니다.

두 경제·통화당국 수장 간의 엇갈린 발언이 미칠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 듯 싶습니다. 더욱이 두 수장의 발언이 나온 장소가 전 세계 경제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인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과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조정과 관련된 고위 당국자의 발언으로 국제금융시장이 한바탕 요동친 적이 있습니다. 비록 중국 등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세계 6~7위 외환보유국가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죠.

사실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기재부와 한은 간 갈등 기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전 세계 금융시장 이해관계자들의 시선이 몰려있는 IMF/WB 연차총회 개최국에서 한 나라 경제부총리와 중앙은행 총재가 꼭 엇갈린 발언을 해야 했는지 아쉽기만 합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