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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트럼프 쇼크’ 뒤에 가려진 두산의 절박함

[취재뒷담화]‘트럼프 쇼크’ 뒤에 가려진 두산의 절박함

기사승인 2016. 1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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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섭
경제부 이후섭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이끌기 위해 증시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고 있습니다. 밥캣의 IPO는 그룹의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만회하기 위한 ‘히든카드’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밥캣 최대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번 상장으로 확보할 자금이 최대 1조원에서 35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기에 재무구조 개선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초라한 공모 흥행 성적표를 만회하고자 하는 두산의 급한 마음이 해프닝을 빚어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쇼크’ 뒤에 가려진 두산의 절박함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11일이 공모 청약 납입일인 만큼 실제 실권주 규모는 하루 지나봐야 알겠지만,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생각보다 높아 실권주 전량이 기관에 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달 10일 두산밥캣의 실권주가 기관투자자에 전량 배정 완료됐다는 소식에 대한 한국투자증권 관계자의 해명입니다. 이날 두산인프라코어는 “트럼프 쇼크로 악화됐던 시장 상황이 하루만에 반전하면서 기관들의 물량 요청이 이어져 실권주 전량 배정이 완료됐다”며 참고해 달라고 기자들에게 먼저 연락했습니다. 또 IR대행사를 통해서 같은 내용을 증권 담당 기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실권주가 기관투자자에 전량 배정됐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이 바뀐 것입니다. 공모 흥행 부진으로 속앓이를 했던 두산의 부담감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입니다.

두산밥캣은 전날 마친 일반 공모 청약에서 0.29대 1의 저조한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대규모 미달 물량이 발생했습니다. 공모주 청약 미달 물량은 1520억원 가량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2.25% 급락하는 등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었습니다.

애초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던 두산밥캣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기대치를 밑돌며 상장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 공모가를 30% 가량 낮춰 이달 재도전에 나섰으나,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또 외면받게 된 것입니다.

다만 트럼프 쇼크에 울었던 두산밥캣은 하루 만에 다시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 증시가 2000선을 회복하며 빠르게 안정세를 찾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소 5500억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투자 집행을 공약하면서 북미에서 매출 60%를 올리는 두산밥캣이 수혜주로 주목된 점도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결국 두산밥캣의 실권주는 전량 기관에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 마음 졸였을 두산밥캣과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 지난주는 유난히 길게 느껴진 ‘한 주’였을 것입니다. 청약이 미달된 실권주를 떠안을 처지에 처했던 한국투자증권도 기관들이 실권주를 전량 인수하면서 한시름 덜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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