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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너도나도 ‘중금리대출’ 출시...마냥 웃기 어려운 은행들

[취재뒷담화]너도나도 ‘중금리대출’ 출시...마냥 웃기 어려운 은행들

기사승인 2018. 06.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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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은행들이 앞다퉈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중금리 대출이란 신용등급 4~7등급의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금리 10% 전후의 상품을 일컫습니다. 통상 은행에서 대출 승인을 받지 못한 고객들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방문해 신용대출을 받곤 했으나, 최근에는 제1금융권도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당국이 신용등급이 낮아 고금리 대출로 밀려났던 서민들이 중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포용적 금융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중금리 대출 규모를 2022년까지 7조원대로 키운다는 계획입니다.

‘대출 절벽’을 해소하고 중·저신용자에 대한 혜택을 확대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은 2020년부터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에 대한 가중치를 15% 상향한다고 밝힌 가운데 예수금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추가로 늘려야 할 예수금 규모가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높은 금리로 이자수익을 올린다 하더라도, 연체율이 높으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시중은행의 중금리대출 상품은 지난해 5월 기준 평균연체율이 3.5%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는 국내 은행 가계신용대출 연체율 평균(0.42%)의 8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물론 빅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해 연체율을 낮추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할 수는 있겠으나, 안전성·수익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만큼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금리 시장의 확대 속도는 빠르지만 금융권, 특히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을 진행해온 은행들이 중신용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기술이 아직은 정교하지 않은 점을 우려합니다.

당장은 금융당국의 포용적 금융 정책에 화답하기 위해 이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시장의 가능성은 ‘연체율’과 ‘수익성’이 좌우할 것입니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등에 특히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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