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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카드 마케팅 줄이라”는 금융당국…현실적일까

[취재뒷담화]“카드 마케팅 줄이라”는 금융당국…현실적일까

기사승인 2018. 07.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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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이 카드사 임원들에게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라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우리카드 ‘카드의 정석’, 신한카드 ‘딥드림카드’ 등 이른바 ‘사장님 카드’라 불리는 대표상품들의 마케팅 비용이 최근 들어 급증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로 인해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이 누리던 캐시백, 무이자할부, 각종 할인혜택 등 일회성 마케팅을 대폭 줄여야만 하는 벼랑 끝 상황입니다. 당국이 카드사별 마케팅 비용현황을 공시하겠다는 경고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당국이 마케팅 비용을 강조하는 데에는 최근 단행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의 영향이 큽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대신,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주장이기 때문이죠. 카드사가 마케팅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면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될 여지가 줄어드는데다, 무엇보다도 카드사 수익성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당국이 역으로 수익성 개선을 방패삼아 마케팅 예산을 줄이라고 압박을 넣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문제는 ‘어떻게’ 마케팅 비용을 줄이냐는 것입니다. 업계에선 ‘무조건’ 줄이라는 당국의 요구는 최근 업계 현실을 도외시한 처사라고 토로합니다. 상품홍보를 위한 마케팅까지 정부가 개입한다면, 소비자 혜택이 대폭 줄어들 뿐만 아니라 카드 업황도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죠.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부가서비스 등 소비자 혜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자사 상품을 널리 홍보해야 하는 중소형 카드사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이 불 보듯 해 시장경쟁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카드사들에게 마케팅 비용은 불가피한 투자입니다. 카드 소비자들이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혜택’이기 때문이죠. 소비자 입장에선 자신의 소비 패턴에 맞게 영화관 할인, 온라인 쇼핑몰 캐시백 혜택 등을 골라 카드를 써왔는데 갑자기 없어지면 불만이 커질 수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한 데 금융당국은 마케팅을 비용으로만 취급해버리니 카드사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특히 제로섬게임이나 마찬가지인 국내 카드시장에서 마케팅 없이 살아남기는 정말 힘들다는 것이 업계 입장입니다. 주요 마케팅을 하나라도 줄이면, 자사 고객들을 경쟁사에 뺏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특히 주수익원인 수수료가 연이어 인하되면서 카드업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잇는 상황입니다. 이번 마케팅 비용만큼은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와 면밀한 대화가 있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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