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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19년 만에 총파업, 허인 국민은행장은?

[취재뒷담화]19년 만에 총파업, 허인 국민은행장은?

기사승인 2019. 01. 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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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초롱_증명사진
경제부 임초롱 기자
국민은행 총파업 당일인 8일, 수장인 허인 행장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이날 허 행장은 외부일정을 취소하고 발걸음을 돌려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으로 향했습니다. 허 행장은 원래 이날 서울 양평동에서 진행된 서민금융진흥원 콜센터 이전 개소식에 참석하기로 돼 있었는데 모습을 끝내 드러내지 않았죠. 이 행사에는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채현일 영등포구청장과 함께 허 행장 대신 김명원 KB국민은행 강서·양천지역 영업그룹 대표가 자리를 지켰습니다.

노동조합이 전날부터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 모여 밤샘집회를 한 뒤 총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노조 측 추산 파업 동참 인원은 1만여명, 국민은행 본사 측 추산 인원은 5500여명. 간극이 크긴 하지만 서울 본점에서 영업 현장에 투입시킨 인력이 800여명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전국 영업점 업무 차질은 불가피했을 게 뻔합니다.

이처럼 총파업에 따른 파장을 직접 모니터링하기 위해 허 행장은 종합상황실 격인 여의도 본점에 들른 것입니다. 영업 일선에서 차질이 생길까 우려돼 전반 상황을 파악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일테죠. 허 행장이 노사 협상에는 실패했어도 총파업에 따른 여파는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모습입니다.

허 행장은 지난주부터 평일·주말할 것 없이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과 마라톤 협상을 벌여왔지만 끝내 결렬됐습니다.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이뤄졌던 밤샘 협상에서도, 총파업전야제가 진행됐던 이날 새벽 협상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해 허 행장의 리더십 문제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옛 장기신용은행에서 노조위원장을 지냈던 허 행장은 시중은행 가운데 첫 노조위원장 출신 은행장으로 2017년 11월 취임했죠. 허 행장은 취임 이후 줄곧 노사 협력을 강조해왔습니다만, 정작 국민은행 노사 관계는 허 행장 취임 이래 최악으로 치닫는 모습입니다.

파업 당일이었던 이날 새벽 협상이 최종 결렬된 뒤부터 저녁 현재까지 협상 재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합의가 끝까지 이뤄지지 않는다면 노조는 설연휴를 앞두고 2차 파업을 계획중입니다. 이를 포함해 5차례 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도 밝혔죠. 이번 파업을 두고 1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고도 성과급을 더 달라는 ‘배부른 파업’이라는 비판과 함께 1등 은행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전화위복’이란 말이 있듯 허 행장이 최악의 갈등을 지혜롭게 봉합하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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