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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증권사 직원들이 전주서 ‘뻗치기’하는 이유

[취재뒷담화]증권사 직원들이 전주서 ‘뻗치기’하는 이유

기사승인 2019. 06.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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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증명
경제부 이선영 기자
증권사의 법인·기관영업, 위탁운용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꼭 방문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인데요. 지난 3월 말 기준 675조원의 기금을 굴리고 있는 대표적인 기관투자자입니다. 국민연금의 거래증권사에 선정되는 것이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증권사 영업직원들이 국민연금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문제는 2017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데 있습니다. 증권사 직원들이 국민연금 운용역을 만나기 위해서는 전주까지 내려가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50여개의 증권사 직원들이 모두 국민연금 운용역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까닭에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사전에 약속을 잡기 어려울 경우에는 전주에 직접 내려가 로비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국민연금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들 대다수가 증권사 직원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는 일명 ‘뻗치기’를 하는 건 한 번이라도 국민연금 운용역과의 만나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죠.

이에 지난 1월부터 국민연금은 ‘브로커데이’를 만들어 증권사별로 한 달에 1~2번의 미팅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미팅을 갖고, 증권사 직원들은 여러 제안들이나 리서치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가 만들어진 겁니다. 이에 따라 ‘뻗치기’를 하는 증권사 직원들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설명입니다. 브로커데이가 생기면서, 효율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브로커데이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증권사 직원의 ‘뻗치기’ 자체가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이 ‘갑’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문제였던 겁니다.

오히려 국민연금이 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선 다양한 증권사 직원들과의 소통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국민연금은 2057년에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지난해에는 기금운용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갑’이라는 생각에 전주에서만 머물러 있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증권사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여의도 등에 사무소를 두는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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