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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집회 참석자에 스타벅스 기프트카드 지급한 하나銀 노조

[취재뒷담화]집회 참석자에 스타벅스 기프트카드 지급한 하나銀 노조

기사승인 2019. 09.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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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KEB하나은행 노조의 결의대회가 열렸습니다. 노조는 이날 사측에 ‘승진인사 실시’, ‘특별보로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앞서 노사가 합의한 사안을 사측이 이행하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노조 추산 40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사 합의 사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이를 촉구하는 건 노조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하나은행 안팎에서는 불편한 시선이 많습니다. 이번 집회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스타벅스 기프트카드를 활용했기 때문인데요.

하나은행 노조는 집회에 앞서 조합원들에게 3만원권 스타벅스 기프트카드를 현장분회활동비로 지급하기 위해 참석인원을 파악한다는 문자를 배포했습니다. 결의대회에 참여한 4000명에게 모두 지급됐다고 하면 여기에만 1억2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입니다. 노조는 조합원비로 운영되는데, 하나은행 직원들의 월급에서 매월 자동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조합원비로 마련된 운영비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비상 경영을 이어가는 은행의 상황은 신경쓰지 않은 채 자신들의 안위만 챙기는 모습으로 비칩니다.

하나은행 노조 측은 당일 현장에서 지급한 스타벅스 기프트카드는 5000원권이며, 3만원 규모의 활동비는 저녁식사·교통비 등을 감안해 추후 지급하는 건이라고 설명합니다. 많은 조합원이 참석한 것은 노사 합의 불이행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기 때문이라는 얘기입니다.

다만 집회의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하나은행이 최근 문제가 된 금리연계 파생결합생품(DLS·DLF)의 판매사이기 때문이죠. 은행이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노조의 이번 집회가 자칫 ‘제 밥그릇 챙기기’로만 비춰질 수 있다는 겁니다. DLF로 고객들은 투자금을 잃을 위기에 처했는데 은행원들은 특별보로금, 승진 등을 주장하는 건 사회적인 지지를 얻기 힘들 수밖에 없어서죠. 지난해 하나은행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9400만원이었는데, 특별보로금 지급 요구는 사회적 반감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내부에서도 노조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하나은행 노조가 DLF 관련 성명을 발표하면서 프라이빗뱅커(PB) 등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을 산 건데요.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 앱을 통해 노조의 DLF 성명서 배포로 고객들의 항의 전화를 받은 직원들이 노조의 성명서 배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죠.

하나은행 노조의 행보는 하나은행의 이미지와도 직결됩니다. 노사 갈등이 이어질수록 하나은행 이미지도 악화됩니다. ‘귀족 노조’라는 지적을 받으며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최근 행보는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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