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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대한항공, 한진해운 여파·환율·유가 3중고에 ‘허덕’

[마켓파워]대한항공, 한진해운 여파·환율·유가 3중고에 ‘허덕’

기사승인 2017. 01. 0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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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재무건전성-추이_수정
한진해운 부실 지원에 휘청인 대한항공이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급격히 치솟은 부채비율을 1000% 이하로 낮추기 위해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만 4조원에 달해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여전히 유동성 부담은 남아있다는 평가다. 유가 상승과 경쟁심화로 올해 실적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최대 1300%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말 910%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이 4분기 대규모 손실 반영으로 300~400%포인트 급등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한진해운 관련 손실을 8700억원 가량 인식했다. 여기에 연말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하면서 9000억원 규모의 외화환산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의 미국달러 부채는 84억 달러로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100원 넘게 오르면서 900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지난해 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이 급증하고,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순차입금비율이 600%를 넘어서는 등 재무구조는 오히려 악화됐다.

대한항공은 이달 5일 차입금 상환을 위해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2200만여주의 보통주를 새로 발행하며, 신주 예정발행가는 2만450원이다. 부채비율을 1000%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항공의 원화 공모사채 중 부채비율 1000% 이하 유지조건이 있는 금액은 8700억원 규모다. 이들의 만기는 2017년(2500억원), 2018년(2000억원), 2019년(4200억원)이나,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서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해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성사채로 분류된다. 결국 올해 갚아야할 금액이 6200억원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차환만을 고려한다면 자산유동화증권(ABS) 추가 발행이 가능했겠으나, 부채비율 개선효과가 없으므로 6200억원에 대한 만기가 올해 추가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며 “회사채도 마찬가지나 수요가 좋지 않아 발행조차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결국 증자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증자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대한 부담은 덜게 됐으나, 재무구조 불확실성에 대해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한다. 여전히 차입금 부담이 과도한 상황으로 향후 환율 움직임에 따라 추가적인 자금조달에 나설 여지가 남아 있다. 14조원이 넘는 대한항공의 차입금 중 올해 약 3조9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하며, 1조37억원의 사채를 올해 안에 갚아야 한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리스크 잔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최근 신용등급 하락과 환율·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채비율 관리 및 재무안정성 확보가 올해 대한항공의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했다.

유가·환율·금리 상승의 3중고로 항공 업황이 지난해 대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항공 업황의 사업환경을 우호적으로 평가했지만, 지난해 수준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에 항공업종의 실적이 지난해 대비 저하될 것으로 관측했다. 대한항공이 올해 1조원 이상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증권사들은 대한항공에 대한 눈높이를 줄지어 낮추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도 기존 3만30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24% 낮춘 2만2000원으로 제시했으며, 대신증권도 3만2000원으로 24%가량 내려잡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환율·유가 등이 위험지표로 자리잡으면서 노선 정책을 탄력적으로 준비하는 등 업황 악화에 대비한 경영 방향을 수립하고 있다”며 “이번 증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영구채 발행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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