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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계열분리 1700억 실탄 마련한 최창원 부회장…SK케미칼 이슈로 ‘발만 동동’

[마켓파워]계열분리 1700억 실탄 마련한 최창원 부회장…SK케미칼 이슈로 ‘발만 동동’

기사승인 2019. 04.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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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디앤디 지분 매각해 1706억 확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자금 활용 못해
이슈 해결되면 계열분리 본격화 가능성
SK건설 지분 매입해 독립경영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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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지난해 SK디앤디 지분 매각으로 1706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지만, 자금 활용이 녹록지 않아 속만 태우고 있다. 이 자금은 최 부회장이 그룹 내 ‘소(小) 지주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SK건설 지분을 사들이는데 쓰일 것으로 관측돼 왔다. 하지만 SK디스커버리(기존 SK케미칼)가 연루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탓에 지분 매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SK그룹은 그동안 최태원 회장이 중심인 SK, 최 부회장이 지배하는 SK디스커버리를 축으로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돼 왔다. 최근 최 부회장을 중심으로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우선 SK㈜와 SK디스커버리가 모두 보유한 SK건설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지주사는 계열사가 아닌 회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두 회사 중 한 곳이 SK건설 지분을 털어야 하는데 최 부회장이 지난해 마련한 자금이 여기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최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투입하고,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업계는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SK건설 지분 매입의 적기라고 보고 있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SK그룹의 계열 분리도 가시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지주사 격인 SK디스커버리 지분을 40.18% 보유한 최대주주다. SK디스커버리는 SK가스 지분 45.62%를 가지고 있으며, SK가스는 SK디앤디의 지분 29.3%를 보유했다. 최 부회장을 정점으로 ‘SK디스커버리-SK가스-SK디앤디’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여기에 SK디스커버리는 SK건설 지분 28.25%를 소유하고 있다. 최대주주 SK㈜가 보유한 지분 44.48%에 비해 16.2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9월18일 SK디앤디 개인 지분 24%를 전량 팔아치우며 현금화했다. 당시 매각단가는 1주에 4만4000원, 현금화한 금액은 총 1706억원이다. 지배구조는 더욱 공고해졌다. 지배구조 최하위에 있는 SK디앤디에 대한 개인지분을 한앤컴퍼니에 전량 매각하면서, SK디스커버리를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SK디앤디는 매각과정을 거쳐 SK디스커버리의 손자회사로 자연스레 편입됐다.

관건은 최 부회장의 SK디앤디 개인지분 매각으로 발생한 ‘현금 1706억원’의 향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SK건설 추가매입 가능성도 점친다. 실탄을 대거 마련한 만큼 SK건설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SK디스커버리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단 분석이다.

SK디스커버리 유상증자에 최 부회장이 참여한 후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 지분을 사들일 확률이 높다. 지주회사는 비상장 자회사 지분 40% 이상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SK디스커버리가 11.7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최 부회장이 고민하는 건 시점이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관련 공판이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추가로 환경부가 SK케미칼을 검찰에 고발한 상황인 탓이다. 현 시점에서 무리해서 지분 매입에 나서는건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인 셈이다. 결국 가습기 살균제 리스크 때문에 1706억원을 적기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당 이슈가 가라앉게 되면 계열 분리를 위해 지분 매입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디스커버리가 지배하는 계열사 모두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도 계열분리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SK라는 브랜드는 SK텔레콤과 같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사업엔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만, ‘B2B’사업체를 소유한 최 부회장에게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 회장이 최 부회장을 제외한 친족들에게 약 1조원 규모의 SK㈜ 지분을 증여했고 최 부회장은 SK디앤디 지분 매각을 통해 약 1700억원을 마련하고 있어 계열분리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간 업계와 재계는 최 부회장이 SK그룹과 분가해 독립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 부회장의 SK디앤디 지분 처리와 관련해 SK디스커버리 계열의 한 관계자는 “당시 한앤컴퍼니와의 (SK디앤디에 대한) 공동경영을 결정하면서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며 “회사차원이 아닌, 최 부회장 개인 차원에서 지분을 처분한 것이기 때문에 추후 (현금화한 1706억원을) 어디에 사용할지 알 수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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