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보기
  • 아시아투데이 로고
[마켓파워] ‘주가 하락’ SK·효성·한화·두산…대기업 오너 주식담보대출 ‘어쩌나’

[마켓파워] ‘주가 하락’ SK·효성·한화·두산…대기업 오너 주식담보대출 ‘어쩌나’

기사승인 2020. 03. 30.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반대매매로 인한 경영권 변동 우려
추가 담보 제공 또는 일부 상환해야
전경련, 반대매매 일시중지 등 제안
"배임 등 논란 소지, 실현 가능성 낮아"
Print
마켓파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식 담보대출을 받은 대기업 오너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하락장이 지속돼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금융회사들은 담보를 시장에 강제로 팔아 손실을 보전하는 ‘반대매매’를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 효성, 한화, 두산 등 대주주의 주식 담보 대출 비율이 높은 기업들의 연초 대비 주가는 평균 30% 이상 하락했다.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지 못하면, 일반 투자자 손실은 물론 최악의 경우 경영권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재계에선 주식 반대매매 일시 정지 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이 반대매매를 줄여 손해를 떠안으면 주주에 대한 배임문제가 야기될 수 있어서다. 또 전문가들은 일부 오너들이 지분을 담보로 급전을 빌려 경영권 방어를 해온 만큼 대기업 특혜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9년 12월~2020년 3월 공시 기준)에 따르면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등은 의결권 보유주식의 50% 이상을 담보(또는 질권 설정)로 증권사·은행 등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최태원 SK 회장은 보유지분(1297만5472주)의 54.4%(705만3890주)가 주식담보계약으로 설정돼 있다. 종전 37.1%에서 17.3%포인트 높아졌다. 지난 24일 224만3017주를 담보로 추가 제공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떨어지자 반대매매에 대비해 담보를 더 늘린 것이란 해석이다. SK주가는 지난 27일 장 마감 기준 16만1500원으로 연초 대비 37.4% 급락했다.

담보대출 계약 건수는 6건이다. 키스아이제십육차㈜ 288만주, 더블에스파트너쉽2017의2 148만주, NH투자증권 105만주, 미래에셋대우 80만주, 한국투자증권 54만주, 메리츠증권 31만주 등이다. 2017년 8월과 2018년 11월 기점으로 5년 만기 질권 설정 및 3·6개월마다 갱신 계약을 맺었다. 주식담보대출 한도가 전일 종가의 50~70%라는 점에서, 최 회장은 9000억원대 자금을 빌린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회사가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줄 때는 통상 약 140~150%의 담보유지비율이 적용된다. 증권사들은 만기 전이라도 주가 하락으로 담보비율이 부족하면 담보를 시장에 팔아 손실을 보전하는 반대매매를 할 수 있다. 주식이 헐값에 매각되면 주주들의 피해가 커지며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채무자는 주가가 더 떨어져 반대매매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대출금 일부를 상환해야 한다.

조현준 효성 회장도 효성 주식 462만3736주 중에서 94.7%인 438만48주를 주식 담보계약을 맺었다. 공시상 계약기간을 넘은 건을 제외하면 오는 6월 내 만기도래 계약은 최대 221만주에 이른다. 한국투자증권(53만주)·대신증권(41만주) 등 증권사 6곳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6개월·1년 계약을 체결했다. 효성의 주가는 연초(7만6300원) 대비 21.1% 하락했다. 주가는 지난 23일 5만1200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음 날 240억원(421만주) 규모 자사주 매입 발표로 6만원 선을 회복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주식 담보 비율도 55.4%에 이른다. 보유주식 1697만7949주 중에서 940만주를 하나(360만주)·우리(330만주)·국민(250만주)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했다. 한화의 주가는 연초 대비 39.4% 하락했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두산의 박정원 회장은 주식 122만4400주 전량(100%)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겼다. 삼성증권(13만주), 한국증권금융(12만주), 하나금융투자(6만주), KB증권(2만주)에 대출 및 질권 설정이 된 33만주는 오는 5월 만기가 돌아온다. 두산의 주가는 연초 대비 43.5%나 급감했다. 두산 오너 3~5세들은 지난 27일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산업은행·수출입은행 1조원 대출을 위해 보유 지분을 담보로 내놨다.

기업들의 대출 리스크 우려가 커지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5일 주식 반대매매 일시 중지를 제안했다. 경제 위기 극복 15대 분야 54개 과제 중 하나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규제 개혁은 재정부담 없이 기업투자를 촉진해 내수를 살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만큼 일정 기간 규제 효력을 정지하거나 집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재계 요구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이 많은 기업은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지만 금융회사로선 관리 책임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배임 등의 소지가 있어 (반대매매를)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서 “또 정부 차원에서 손실 보전을 하거나 유예 조치를 해줄 시 일부 오너인 경우 지분으로 차익 실현과 경영권 방어 등 혜택을 누려온 점에 비춰 특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반대매매 필요성이 생겨도 금융사와 기업 간 신뢰 관계 상 시행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주주 주식 담보 비율인 높은 기업의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로 반대매매가 시행된 경우는 거의 없고, 기업 차원에서도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기에 급박하지 않은 상황이면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리스크 관리 능력이나 체계가 달라 개별적으로 고객과 합의에 의해 반대매매 담보비율 설정 또는 유예 등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요구와 관련해선 “현재로선 논의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