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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빚내서 집 사라던 정부, 이젠 비싼 월세 권유

[기자의 눈]빚내서 집 사라던 정부, 이젠 비싼 월세 권유

기사승인 2015. 01. 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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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황의중
황 의 중 건설부동산부 기자
“빚내서 집사라더니 이젠 비싼 월세 살고 만족하란 소리야?”

직장을 다니는 30대 친구는 정부가 13일 발표한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방안을 보면서 느낀 바를 이렇게 표현했다.

정부의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의 골자는 싼 값에 택지를 공급하고 금융·세제 등의 지원을 통해 건설사나 리츠사가 임대시장에 뛰어들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월세전환은 시장의 대세라며 기업형 임대주택은 보증금 3000만~1억원에 월세는 지방 45만원, 수도권 60만원, 서울 80만원 수준으로 연간 월세 인상률도 5% 이내로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정도면 중산층이 감내할 수준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월세로의 전환을 시장 논리로 슬그머니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을 보면서 세입자들의 수입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번 방안에서 밝힌 중산층인 소득 5분위의 월소득은 354만원이다. 이들에게 100만원에 육박하는 월세는 작은 돈이 아니다. 더욱이 수익을 우선시하는 건설사들이 참여하면서 보증금은 낮추고 월세를 더 높게 책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낮은 수익률 때문에 대형사업자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다며 연간 5~6%의 수익 보장은 물론 임대주택 관련 핵심 규제 6개 중 4개를 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대사업자가 초기 임대료를 임의대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임차인 자격 규제까지 없앴다.

무주택 서민들을 울리는 ‘미친 전세’를 잡겠다며 월세부담을 줄여주고 조건을 제한하던 그동안의 정책 기조와는 정반대의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는 하겠지만 기업에 온갖 특혜를 준 반면 세입자를 위한 보호장치는 되레 약화됐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대부분의 세입자는 월세보다는 전세를 원한다. 목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월세를 내야한다면 그나마 보증금을 더 내고 낮은 월세로 살기를 선호한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낮은 보증금에 높은 월세를 전제로 하고 있기에 시장과 괴리가 크다. 이번 정책이 곧이곧대로 주거안정에 도움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체 1800만가구 중 800만가구가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다. 현재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세 대책과 월세가 적은 임대주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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