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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극적 재구성] ‘주폭 전문’ 전과 26범...실형 살고도 “술 먹고 사람 때려”

[기사의 극적 재구성] ‘주폭 전문’ 전과 26범...실형 살고도 “술 먹고 사람 때려”

기사승인 2015. 05. 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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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먹고 폭력을 휘둘러 두번의 징역을 산 남자가 포장마차 손님에게 난동을 부려 또다시 경찰에 구속됐다. /사진=픽사베이

저기요, 저 술 한잔만 주쇼 

 

? 뭔 소리에요? 사서 드시면 되잖아요

 

아니, 한 병도 아니고 한 잔만 달라고. 그게 아깝나? ? !”

 

이 양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저씨, 나 알아요? 왜 모르는 사람한테 무례하게 술을 달라고 하냐고? 즐겁게 마시려고 왔는데. 이거 뭐야. 어이! 사장님. 이 사람 뭐에요?”

 

? 이 자식 봐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어디 날 무시해? 한번 맞아볼래?” 

 

/사진=픽사베이

 

주위가 어스름 할 때쯤 어김없이 그가 나타났다. 

해진 남방에 때가 묻어 지워질 것 같지 않은 바지를 입고 그가 시장 입구에 들어섰다. 반쯤 풀어진 그의 눈이며 좁은 시장 길을 허우적대며 걷는 꼴을 보면 오늘도 어디서 한잔 먹고 왔으리라.

 

알아들을 수 없는 욕지거리를 하며 그가 험하게 시장 길을 지나가면 상인들은 꼭 한마디씩 내뱉었다.

 

진드기 또 왔네, 또 왔어. 저건 왜 여기로만 오는지 몰라

저건 진짜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야. 에이!...”

 

상인들은 그가 들으라는 듯 말하지 않았다. 괜한 불똥이 자신에게 튀면 그날 장사를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발걸음이 허름한 포장마차 앞으로 이어졌다. 포장마차의 비닐 문 앞에서 잠시 비틀거리더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포장마차 여 주인은 그를 본체만체 저녁 영업준비를 했다. 그도 여 주인을 지나쳐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술과 안주를 시키지도 않은 채 술에 취한 상체를 흔들며 앉아있는 그의 옆 테이블에 손님이 앉았다.

 

아줌마, 여기 닭똥집 하나랑 소주 한 병 주세요

 

적당히 익은 마늘과 닭똥집이 참기름 냄새를 풍기며 손님을 맞이했고 시원한 소주와 술잔이 뒤따라왔다.

 

자리로 돌아온 여 주인이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비틀대며 옆 테이블로 다가갔다.

 

어이, 잠깐만. , 술 한 잔 얻어먹읍시다

 

역한 술 냄새와 그의 몸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가 옆 테이블 사람들을 당혹케 했다. 그는 휘청거리다 손님을 붙잡고 땅바닥에 넘어졌다.

 

뭐에요? 당신? 술 드셨으면 곱게 집에 가세요

 

뭐 이 자식아? 뭐라고 했어? 지금? 술 한 잔 달라는데 무슨 말이 그리 많아?”

 

순간 포장마차에 위험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의 입에선 갖은 욕설이 터져 나왔다. 지지 않고 대꾸하던 손님도 그가 의자를 던지고 난동을 피우자 겁을 먹었는지 조용해졌다.

 

/사진=픽사베이



포장마차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시장 상인들이 한두 명 밖으로 나왔다. 

 

아이고 또 시작이네. 아이고 어쩐데, 저러다 오늘도 누가 다치는 거 아니야?” 

저런 게 한두 번이야? 경찰서 잡혀가 교도소 들어갔다 하드만 언제 또 나온 거야?”

말도 마, 저번에 김씨가 저거 말리다가 맞았잖아. 경찰에 신고하면 뭐해. 병원비도 못 받았는데

 

포장마차 안은 난장판이었다. 힘든 일과를 끝내고 한 잔 술로 그날을 마무리하러 온 손님이 땅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이 새끼, 내가 누군 줄 알고 함부로 대하는 거야? 그냥 술 한 잔 얻어먹자는데 말이야

 

그는 테이블위에 놓인 소주를 종이컵에 따라 마셨다. 여 주인도 시장 상인들도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 사는지 알 수 없는 그는 술을 먹고 난동을 피웠다. 꼭 남자가 없는 점포에만 들어가 술을 달라, 밥을 달라고 난동을 피웠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는 가게 집기를 부수고 욕설을 하며 가게의 영업을 방해했다. 경찰은 그를 잡아갔지만 부서진 가재도구를 보상받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상인들은 가게에 그가 들어오면 건드리지 않았다. 그의 주정이 두렵고 가게 영업을 위해 술을 그냥 주기도 했다. 상인들은 그저 그가 술을 조용히 먹고 가기만을 바랐다.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이 몇 번인가 그를 잡아갔다. 한동안 그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주폭 범죄로 교도소에 들어갔다는 풍문이 들렸다. 사실인지 아닌지 상인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러던 그가 몇 주 전부터 다시 시장에 나타났다. 어김없이 부녀자가 영업하는 가게만 골라 괴롭히고 마음대로 굴었다. 오늘은 그 가게가 포장마차였다.

 

멀찌감치 포장마차 안을 지켜보던 상인들 뒤로 경찰이 나타났다. 잠시 후,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피해자를 뒤로하고 그는 경찰의 몸에 기댄 채 또다시 잡혀갔다.

 

그의 뒤엔 찢어진 포장마차 비닐 벽과 부서진 테이블, 그리고 허리 굽혀 땅바닥에 떨어진 젓가락을 줍고 있는 여 주인의 모습이 보였다. 몇몇 상인이 들어가 여 주인을 도왔다.

 

이번엔 좀 더 오래 살다 나왔으면 좋겠어. 우리 같은 사람들이 뭔 죄가 있다고 저런 인간한테 당해야 하는 거야? 술 먹고 선량한 사람 괴롭히는 저런 인간들 몇 개월이 아니라 평생 교도소에서 살게 하면 안 되나?...” 

 

/사진=픽사베이


영세상인만을 골라 괴롭히고 영업을 방해해 실형을 산 주폭’(酒暴)이 또다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28일 올해 초부터 강동구 천호동의 재래시장에서 17차례에 걸쳐 행패를 부리며 상인들의 영업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황모(56)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전과 26범인 황씨는 7년째 강동구 천호동과 암사동 등지의 재래시장을 돌며 주폭 행각을 벌여왔다.

 

황씨는 지난 2012년 구속돼 법원에서 징역 6월을 선고받았고, 출소한 이듬해인 20131월 천호동 식당과 인근 기원에서 다시 난동을 부려 체포된 후 징역 4월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 다소 잠잠해진 듯 보였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경찰관계자는 황씨가 지난해 4월에는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고, 이후에도 두 차례나 성폭력 범죄로 기소됐는데 모두 주폭 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씨가 체포된 날도 포장마차에서 황씨 옆에 앉은 손님을 이유 없이 쓰리트리고 발로 차는 등의 난동을 부려 신고가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알려지지 않은 다수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기사의 극적 재구성] 실제 사건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 한 기사입니다. 따라서 기사에 등장하는 이름은 가명입니다. 재구성한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투톡톡] 아시아투데이 모바일 버전에서는 '기사의 극적 재구성'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m.asiatoday.co.kr/kn/atootalk.html#2015.05.28


아시아투데이 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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