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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메르스 자가격리자 생필품 배달…긴장의 연속

[현장르포] 메르스 자가격리자 생필품 배달…긴장의 연속

기사승인 2015. 07. 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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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자 거주지 노출될까 우려해 마스크 안쓰고 전달
메르스
메르스 자가격리자에게 배달되는 생필품 박스들. / 사진 = 정아름 기자
“(생필품) 박스 문앞에 갖다놨어요. 가지고 들어가시는 거만 멀리서 보고 갈게요”

지난달 26일 서울 동대문구 용신동에 위치한 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자가격리자의 집 앞. 이인영 용신동 주민센터 주무관(여 ·42)은 생필품을 놓은 후 격리자에게 이 같이 말하며 자가격리자를 숨죽이고 기다렸다.

몇 분 뒤 검정색 캡모자를 쓰고 등장한 자가격리자. 그는 문을 열면서 “감사합니다”라고 꾸벅 인사를 하면서 박스를 챙겨갔다.

이 주무관은 같은 층 계단 통로에 설치된 문 뒤에서 이 모습을 확인했다. 그는 “한 건했네” 라며 그제서야 안도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긴장감 속에서 조용하고 빨리 자가격리자에게 생필품을 배달하고 있었다.

주민센터를 출발해 자가격리자에게 배달을 하고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9분에 불과했다. 배달은 주민센터의 공무수행용 트럭을 이용해 이뤄졌다. 트럭은 다른 용도로도 쓰이기 때문에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

트럭 운전을 맡은 원석진 주무관(35)은 “운전하는 분이 안계시고 오늘 오전에는 청소 등의 업무가 많아 차도 간신히 빌렸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전달하는 생필품은 라면·즉석밥·반찬 등이 담긴 큰 박스 두개, 체온계·마스크·손소독제가 든 작은 박스, 생수병 2L 12개로 구성됐다.

트럭이 자가격리자가 사는 건물 근처에 도착하자 이 주무관은 박스에 붙였던 메르스 관련 안내문마저 떼내어 박스 안으로 집어넣었다. 배달 과정에서 주민들이 자가격리자용 박스임을 눈치챘을 경우 자칫 거주지가 노출돼 소문이 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필품 박스를 들고 직원 4명이 한꺼번에 이동하자 근처에 있던 주민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직원들에게 쏠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생필품을 배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직원들은 이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생필품을 전달했다.

이 주무관은 “(보통) 마스크를 쓰고 하지만 보는 눈이 많을 때는 어렵다”고 현실적으로 방역장비를 갖추고 일을 하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가격리자들이 (주변)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조심스럽다”며 오히려 그들을 걱정했다.

원 주무관도 “메르스 자가격리자와는 접촉할 일이 없으므로 전파가능성은 없으니까 (괜찮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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