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빙수·도시락·낱개 과자…1인 음식이 뜬다

외식·유통업체, 1인 가구 증가 트렌드에 맞춘 제품 잇따라 출시

오리온 초코파이, 띠아모 망고젤빙, 세븐일레븐 왕돈까스 도시락(시계방향)./ 제공=이니야

건대입구에서 드립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상훈(56) 씨는 최근 컵빙수 제조가 가능한 눈꽃빙수기 ‘루벨 미니’를 매장에 들여놨다. 인근에 빙수를 주축으로 한 대형 카페가 두 군데나 생겨 매출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 김 씨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컵빙수’를 루벨 미니로 만들기 시작했다. 테이크아웃이 활발한 대학가 상권인 만큼 빙수 역시 빠르게 테이크아웃할 수 있도록 만들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그는 빙수 만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루벨 미니의 타이머 기능과 턴테이블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턴테이블 방식은 그릇을 올려놓는 판이 자동으로 돌아가며 손을 대지 않고도 그릇 안에 얼음을 쌓아주는 기능이다. 원하는 시간을 맞춰놓고 동작 버튼을 눌러 놓으면 빙수 베이스가 완성되기 때문에 토핑 재료만 얹어 빠르게 낼 수 있다.

29일 눈꽃빙수기 ‘루벨 미니’ 유통업체 해맑음에 따르면 빙수기를 들인 이후 김 씨는 한 시간 동안 빙수 메뉴만 20개 이상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렇듯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부담 없는 용량과 가격을 내세운 제품들이 다량 출시, ‘1인 음식’이 각광받으면서 상당수 소비자들이 호응을 보내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4가구 중 1가구가 싱글족으로 불리는 1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15%에 그쳤던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26%까지 증가했고, 2035년에는 3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도 이런 트렌드에 맞춘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컵빙수’다.

기존 빙수 메뉴의 가격과 용량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해 컵에 빙수를 담아낸다. 나병률 해맑음 본부장은 “1인용 컵빙수를 만들기 위해 빙수기 구입 관련 문의를 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도 컵빙수는 인기다. 지난 3월 코리안디저트카페 설빙이 조각케이크를 얹은 컵빙수 ‘설빙고’ 메뉴를 출시하는 등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 파리바게트는 1인용 컵빙수로 ‘어벤져스 컵빙수’ 2종(아이언맨 복숭아 빙수·캡틴아메리카 포도 빙수)을 선보이고 있다.

커피전문점 드롭탑은 지난해 아웃도어 디저트 ‘젤라니따’를 출시한데 이어 올해 1인용 컵빙수 ‘고고씽 아이스탑 2종(고고씽 밀크 아이스탑·고고씽 베리베리 아이스탑)’을 출시했다. 기존에 판매되던 3~4인용 빙수 ‘아이스탑’의 맛과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용량만 줄였다.

카페띠아모는 올 여름 신제품으로 대패얼음을 사용한 ‘젤빙수’ 4종(치즈베리 젤빙·밀크팥 젤빙·딸기젤빙·망고젤빙)을 출시한 데 이어 1인을 위한 메뉴로 망고 컵젤빙과 밀크팥 컵젤빙을 내놨다. 카페띠아모 젤빙수 베이스로 사용되는 얼음은 둥글게 말린 형태로 만들어져 빙수 형태가 풍성하고 잘 녹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1인 식사가 기본인 ‘도시락’ 시장의 성장세도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편의점 도시락은 3~4000원대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해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빠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인기다.

또한 편의점 브랜드마다 꾸준한 신메뉴 개발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배우 김혜자(GS25)·걸스데이 혜리(세븐일레븐)·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주인공 윤두준(CU) 등 각 브랜드마다 특징이 뚜렷한 인물을 통해 마케팅을 시도하면서 2030세대의 1인 소비자를 적극 끌어들이는 데도 성공했다.

한편 과자 시장에서도 기존 제품을 소용량으로 내놓는 사례가 등장했다. 오리온은 최근 편의점을 중심으로 대용량 패키지 제품들을 낱개 판매하는 미니마케팅을 펼쳐 싱글족의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은 12개 또는 18개 제품을 한 상자에 담아 판매되고 있었지만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는 싱글족의 구매 편의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편의점 전용 낱개 제품을 내놓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닥터유 에너지바 역시 대형마트에서는 4개 들이 패키지 제품으로만 판매되고 있으나 편의점에서는 낱개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아몬드·땅콩 등 견과류와 과일·곡물·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식사대용식으로도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