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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신장섭 교수 ‘엘리엇 저격수’ 자청한 이유는

[취재뒷담화]신장섭 교수 ‘엘리엇 저격수’ 자청한 이유는

기사승인 2015. 07. 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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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투기자본에 국내 기업 희생양 돼선 안돼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11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53)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 1층 커피숍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엘리엇 파동’과 ‘미래의 삼성’,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사진 = 이병화 기자photolbh@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경제지의 논설위원을 지낸 기자 출신이다. 그는 어렵고 현학적인 학자의 언어가 아닌 쉽고 직설적인 기자의 언어를 구사한다.

신 교수와 인터뷰 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질문이 꼬였지만 그는 질문의 핵심을 이해하고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인터뷰 시간이 제한돼 있었으므로 답변이 길어지면 중간에 말을 자르기도 했다.

신 교수는 소위 ‘네티즌 여론’이 들끓을 만한 답변을 많이 했다. 가령 ‘반(反)삼성 여론’에 대해 묻자 “어느 나라든 힘세고 권력 있는 집단에 반감이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대한 삼성 입장에서 답변했다. 실제 그는 “나 자신부터가 삼성으로부터 배운다”고 했다.

어느 영역이든, 성역 없는 비판을 하는 것이 학자의 참모습이다. 재벌에 관해선 신 교수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를 친재벌 학자라고 쉽게 비판할 수는 없었다.

그의 주장에 논리가 빈약하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조지 소로스 쇼트포지션’이나 ‘브래디 플랜(Brady Plan)’ 등의 사례를 통해 헤지펀드의 위험성을 줄줄 꿰고 있었다. 한국 기업 규제 제도에 영향을 미친 일본 상법에 대해서도 해박했다.

그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건 그의 연구 행보를 보면 이해할 만했다. 그는 기업 경영을 국가 경제 발전과 연관지어 주장을 전개했다. 그의 최근 저서 ‘김우중과의 대화’에서도 이런 면이 두드러진다. 그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민족주의적 기업가’로 평가했다. 여기서 기업가를 ‘경제학자’로 바꾸면 신 교수에 해당되는 수식어였다.

엘리엇은 이달 초 삼성물산의 지분을 추가 취득해 3대 주주(7.12%)에 오른 뒤 삼성물산의 합병 결의 무산을 목적으로 주주총회 소집 통지 등의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오는 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두고 주주들의 ‘표 대결’이 예정돼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0.15%)인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어느 쪽에 표를 던지냐에 따라 합병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이 엘리엇의 입장을 지지해 합병이 무산되면 앞으로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을 먹잇감으로 삼고 달려들 것”이라는 게 신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엘리엇이 ‘투기꾼’이라며, 그들 지지 의사를 밝힌 삼성물산 소액 주주들에게 ‘양식에 따라 행동하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신 교수는 1980년대부터 기자로 활동해 오랜 기간 기업 경영과 국가 경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많지만, 기업에 대한 그의 애정은 의심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풋내기 기자를 만나 인터뷰 내내 목소리를 높이는 신 교수에게선 ‘진정성’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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