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의 친필 서명이 기재된 ‘해임지시서’가 공개되면서 롯데그룹의 ‘후계싸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27일 일어난 일은 ‘쿠데타’가 아니라 ‘아버지의 지침’이라면서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 6명을 직위해제한다는 내용과 자신을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임명한다는 내용이 담긴 지시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2장으로 된 지시서는 현재까지의 상황을 모두 뒤엎는 내용이라 주목된다. 또 신격호 총괄회장의 친필 서명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장남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도 가능해 앞으로의 롯데그룹의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은 일관되게 그 사람(신동빈 등)을 추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지난 18일 신 회장의 해임을 포함해 일본롯데홀딩스 임원 전체의 해임을 지시했는데도 이를 듣지 않자 직접 일본에서 지시를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경영자로서 판단능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신 총괄회장의 신 회장 해임지시가 성장적인 판단 하에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롯데그룹 측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임지시는 무효라며 즉각 반박했다. 평소 문서에 서명 대신 도장을 찍던 신 총괄회장이 해임지시서에는 서명을 한 것도 신 총괄회장이 현재 제대로 판단할 의사가 없다는 방증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법적으로나 통상적으로나 임원의 해임과 선임에선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정이 따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선 신 총괄회장의 일방적인 통보는 힘을 쓸 수 없어 신동빈 회장 측에 유리하다. 하지만 롯데운명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장남에게 확실하게 돌아섰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해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가지고 있는 지분과 그의 우호지분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몰리면 앞으로 열릴 예정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