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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주정부 ‘무법천지’ 비판 기자, 아파트서 고문·살해돼 발견

멕시코 주정부 ‘무법천지’ 비판 기자, 아파트서 고문·살해돼 발견

기사승인 2015. 08. 0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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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지역정부와 주지사의 부패를 보도한 사진기자가 피살돼 멕시코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멕시코 유력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의 한 아파트에서 주간지 프로세소의 사진기자 루벤 에스피노사(31)가 4명의 여성과 함께 머리에 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여성 중 2명은 각각 인권 운동가와 대학 재학 중인 학생으로 아파트에서 에스피노사와 함께 지냈다고 일부 신문들이 전했다.

이들 모두는 피살되기 전 손발이 묶인 채 고문을 받았고, 가정부로 추정되는 1명을 제외한 여성 3명은 성폭행까지 당한 흔적이 발견됐다.

특히 지난 8년간 멕시코 동부 베라크루스주에서 취재 활동을 해온 에스피노사는 집권 제도혁명당(PRI) 소속인 하비에르 두아르테 베라크루스 주지사를 정면으로 비난하는 보도를 한 뒤 협박을 받고 지난 6월 멕시코시티로 피신해있다가 변을 당했다고 ‘아르티쿨로 19’ 등 언론인 인권단체와 동료 기자들이 전했다.

에스피노사는 작년 2월 ‘무법천지 베라크루스’라는 타이틀의 프로세스 표지에 자신이 찍은 두아르테 주지사의 사진이 실린 뒤부터 정체불명의 전화 등을 통해 직접적인 위협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피노사는 피살되기 수 주 전 뉴스 웹사이트의 인터뷰에서 “주 정부가 공식 행사나 기자회견 등을 취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또 2012년 주 정부의 부패를 파헤치는 보도를 하다가 피살된 프로세스의 다른 여기자처럼 되지 않으려면 사진을 그만 찍는 것이 좋다는 말도 들었다고 밝혀 지역 정부 관리들이 협박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건을 수사 중인 멕시코시티 검찰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에스피노사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멕시코시티로 왔을 것이라는 발표를 하자 멕시코시티를 포함한 각지의 언론인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사건의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사건 발생 이후 베라크루스를 포함한 멕시코시티 시내 등에서는 언론인 인권 보호와 탄압 중지를 촉구하는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베라크루스는 언론인 피살 규모가 세계 최고 수준인 멕시코에서도 그 빈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 속한다.

멕시코 연방검찰은 2000년 이후 멕시코에서 103명의 언론인이 피살됐고, 그 가운데 베라크루스 주와 북부 치와와 주가 각 16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지난 2월 발표한 바 있다.

언론인 피살 사건은 주로 마약범죄와 폭력, 부정부패를 고발한 데 대한 위협과 보복의 정황이 뚜렷한데도, 강도에 의한 우발 살인 등으로 덮어지고 사건 해결은 대부분 되지 않고 있다고 언론 인권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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