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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외식 프랜차이즈의 참패, 어쩌면 예견된 참사다

[취재뒷담화]외식 프랜차이즈의 참패, 어쩌면 예견된 참사다

기사승인 2015. 08. 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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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_한수진기자
경제면 뉴스를 달구는 소식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식이 자영업 관련 내용이다. 몇년째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지만 올해만큼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경우는 이제껏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은 개인이 노력을 한다고 해도 쉽게 좋아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다. 구조적으로 대대적 변화가 있지 않으면 말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사정은 심각한 수준이다. 작년엔 세월호, 올해는 메르스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더욱 악화된 형국이다. 하지만 특수상황을 제외하고도 성공적인 환경을 조성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본다. 대한민국에서 식당을 운영하기엔 그리고 외식 브랜드를 이끌고 가기엔 난관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일단 제일 심각한 부분은 임차료다. 보기엔 손님들이 넘쳐 나는 가게지만 수익률을 따져보면 남는 게 없다. 상식이하로 조성된 임대료에 허덕일 때가 많아서다. 수요층과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상권은 한정돼 있는데 반해 외식관련 브랜드는 많아도 너무 많다. 안테나숍이나 직영점이 장사가 잘 돼야 가맹사업 전개가 가능하다. 브랜드 파워가 없는 대다수의 중소형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자본이 열악해 전방위적 홍보마케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 접점지역에 매달려야 하는 슬픈 현실에 처해있다.

얼마 전 여의도에 위치한 카페브랜드의 매장이 철수하는 것을 목격했다. 해당 대표에게 이유를 물으니 “그곳 월세가 1500만원입니다. 1년은 어떻게 유지시켰는데 더 이상은 힘들어서 철수를 결정했죠. 오피스 밀집지역인데다 서울을 상징하는 상권에 입점해야 입소문도 나고 브랜드 성장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밀어붙인 계획인데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하고 포기하게 돼 마음 아픕니다.” 거기 장사 잘돼 줄 서서 먹었던 곳이었다고 반문하자, “3000원대 커피를 얼마나 팔아야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제외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요? 그 매장에서 이익을 기대한건 아니었지만 적자 폭이 상상이상이었어요. 자본이 많지 않은 중소프랜차이즈의 경우 버틸 수 없는 수준입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런가하면 친분이 있는 창업전문가로부터 B외식브랜드의 강남의 매장이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해 결국 새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자리의 한 달 임차료가 얼만지 아십니까? 1·2층을 합해 약 661㎡(200평)인 점포의 월세가 관리비 포함 무려 7500만원입니다. 1년이면 109㎡(33평) 강남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이지요”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이어 본사 차원의 마케팅 효과만을 기대하고 무리해 출점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상식에 입각한 임차료의 설정도 건물주에게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죽하면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가입하는 커뮤니티에서 장래희망을 묻는 설문에 ‘건물주와 결혼하는 것’이라는 엉뚱한 대답이 ‘좋아요’ 최고 숫자를 기록했을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라고 해서 대기업과 동일선상에 놓아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소수 유명 프랜차이즈 본부를 제외하곤 대다수가 열악한 금전구조에 처해 있는 영세한 중소업체 운영자일 뿐이다. 서울 내 입지를 놓고 경쟁할 때 막대한 자본력에 밀려 점점 핵심 세력에서 사라져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가맹점의 점포개발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 좋은 시선과 편견과도 싸워야 하고 때마다 극성을 부리는 블랙컨슈머에 울어야 한다. ‘먹는 것=건강’이란 까닭에 작은 문제도 크게 부풀려져 집중 공격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조금만 삐끗했다가는 비난의 폭격탄을 맞고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지금의 외식업체들이 거둬들이는 나쁜 성적표는 그동안 곪아 있던 상처들을 비추어 봤을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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