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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한 세살배기 난민 아버지 “그냥 시리아로 돌아가고 싶다...죽을 때까지 쿠란 읽을 것”

익사한 세살배기 난민 아버지 “그냥 시리아로 돌아가고 싶다...죽을 때까지 쿠란 읽을 것”

기사승인 2015. 09. 0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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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일러스트 김기도
터키 해변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익사한 채 발견돼 전세계를 울린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는 터키 보드룸의 한 영안실 밖에서 어린 아들의 시신을 기다리며 “더 이상 살아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꿈꿨던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라고 오열했다.

아일란 말고도 5살 아들 갈립과 아내도 이번에 함께 잃은 쿠르디는 3일 터키 도안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땅에 묻고 나도 죽을 때까지 무덤 곁에 머물고 싶다”고 말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 출신인 쿠르디의 가족들은 내전이 심해지자 이웃 터키로 넘어와 유럽이나 캐나다 이주를 시도했다.

전에도 두 차례에 걸쳐 브로커에서 돈을 주고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코스 섬까지 가려고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고 이번이 세 번째 밀입국 시도였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세 번째 유럽행을 시도한 날 쿠르디 가족은 다른 난민들 여러 명과 함께 작은 배에 올랐다.

12명이 꽉 들어찬 소형 고무보트는 한눈에도 위태로워보였으나 걱정하는 쿠르디에게 브로커는 “괜찮다. 안전하다”고 거듭 장담했다고 미국 CNN방송은 보도했다.

그러나 터키 해안을 출발하자마자 거친 파도에 이들을 태운 보트는 위태롭게 흔들렸고 함께 배에 올랐던 브로커는 곧바로 배에서 뛰어내려 해안까지 헤엄쳐갔다.

쿠르디는 배의 중심을 잡으려고 애썼으나 배는 곧 뒤집혔다.

“배에 매달리려고 했지만 바람이 빠지고 있었어요. 아내의 손은 잡았으나 아이들은 내 손에서 빠져나갔습니다. 너무 어두웠고 모두 비명을 지르고 있었죠.”

어느새 아내의 손도 놓친 그는 가족들을 찾아 물에서 20분 가량 머물다 불빛에 의지해 터키 해안까지 헤엄쳤다.

해안에도 아내와 아이들은 없었고, 혹시나 하고 보드룸 시내에 이들이 주로 만나던 장소에 갔지만 가족은 없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에 갔다가 비보를 듣게 됐다.

이날 쿠르디의 가족을 실은 배 이외에 또다른 배도 전복돼 어린이 5명과 여성 1명을 포함해 모두 12명의 난민이 에게해에서 숨졌다.

터키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불법 난민 이주를 알선한 시리아인 브로커 4명을 체포했다.

쿠르디 가족이 그리스를 거쳐 최종적으로 가고 싶었던 곳은 스웨덴이었다. 그러나 가족을 잃은 쿠르디는 이제 그냥 시리아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입니다. 그것 말고는 누구에게도, 무엇도 원하지 않습니다. 아내와 아이들 곁에 앉아 죽을 때까지 쿠란을 읽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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