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수입차 대중화, ‘그랜저’ 대신 ‘골프’ 탄다

수입차 대중화, ‘그랜저’ 대신 ‘골프’ 탄다

기사승인 2015. 11. 30. 16:0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국산차 60종인데 수입차는 500개 넘어
반 현대기아 정서도 활성화에 큰 역할
푸조 2008
푸조의 소형 크로스오버 2008은 지난 10월 719대가 팔려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수입차는 더 이상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산 중형차를 살 형편이 되는 중산층도 수입차를 타는 시대가 왔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도해왔다. 베스트셀러 모델 상위권은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이 독차지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폴크스바겐 골프·티구안·파사트, 도요타 캠리·프리우스 등 대중차가 상위권에 하나 둘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폴크스바겐 티구안이 수년 동안 1위를 지키던 BMW 5시리즈를 밀어내고 지난해 연간 판매 1위에 올랐다. 티구안은 올해 들어서도 9월 디젤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계속해서 1위를 지켰다. 포드 익스플로러, 푸조 2008, 닛산 캐시카이 등 대중차들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DB2011AU00284
폴크스바겐 티구안은 최근 2년 동안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르며 본격적인 수입 대중차 시대를 열었다.
폴크스바겐 폴로, 푸조 208·2008·308, 닛산 쥬크·캐시카이 등 가격 부담이 적은 2000만원대 수입차의 차종도 늘었다. 3000만원대 초반으로 범위를 넓히면 폴크스바겐 골프, 도요타 캠리, 미니 등 종류는 더 많아진다. 예전에는 2000만원대 수입차는 가격대비 가치가 떨어져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는 가격 대비 가치가 높아져서 만족도가 올라갔다.

수입차의 가치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폴크스바겐 골프를 사느니 현대 그랜저를 사겠다’는 건 옛말이다. 차가 작아도 취향에 맞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면 비슷한 가격대의 큰 국산차 대신 수입차를 산다. 수입차의 높은 가격을 용인하는 분위기도 수입차 대중화에 영향을 미친다. 준중형급 대중 수입차의 경우 3000만원 이상은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 폴크스바겐 골프의 경우 국산차 현대 i30와 동급이다. 골프의 가격은 국산 중형·준대형차 가격인 3110만~3840만원이다. 국산 동급차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수입차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할 만큼 잘 팔린다.

수입차 시장을 키운 일등공신은 아이로니컬하게도 현대·기아자동차다. 소비자들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반감은 꽤 크다. 노조문제, 내수와 수출 모델 차별, 품질 문제에 대한 미흡한 대응, 소비자를 봉으로 아는 태도 등 이유는 여러가지다. 반감의 근거가 사실이건 아니건 무작정 현대·기아차는 절대로 사지 않겠다는 반(反) 현대·기아차 정서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 대신 다른 국산차를 사려고 해도 한국지엠·쌍용·르노삼성 등 국산차 브랜드는 대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결국 소비자들은 수입차로 눈을 돌린다. 과거에는 수입차가 대안 역할을 하기 힘들었다. 차 값도 비싸고 차종도 적어서다. 최근 들어 수입차 차종이 많아지면서 현대·기아차가 아니더라도 살 수 있는 차가 늘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수입차는 500종류가 넘는다. 60여 종인 국산차의 8배가 넘는다.

도요타 캠리
도요타 캠리의 가격은 국산차인 쏘나타와 차이가 크지 않다.
현대·기아차가 차 값을 계속 인상하면서 수입차와 국산차의 가격차이도 줄어들었다. 대표 차종인 중형 세단을 보면 현대 쏘나타와 도요타 캠리의 가격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현대차 쏘나타 최상위 모델의 가격은 3130만원이다. 도요타 캠리는 3360만원으로 230만원차에 불과하다. 수입차가 프로모션을 강화하면 국산차와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2000만원 중후반 가격대 국산 중형차를 사려던 사람은 몇 백만 원 더 보태 수입차쪽으로 생각을 한다. 차를 살 때 수입차는 아예 고려대상이 넣지 않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전세계적으로 소형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회사들도 소형차 라인업을 강화한다. 국내에서는 가격을 맞추기 힘들어 소형차 도입을 꺼리던 수입차 업체들도 소형차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소형차 시장 확대로 가격이 낮아지면 수입차의 대중화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2003년 12월 기준 개인 구매 수입차의 지역별 비중은 서울·경기 지역이 72%를 차지했다. 2015년 10월 현재 그 비율은 53%로 낮아졌다. 지방에도 수입차 업체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수입차 판매가 대폭 늘었다. 수입차 판매가 많은 서울 강남지역이 아니더라도 전국의 중산층이 거주지역에서는 수입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수입차 판매는 계속 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예상치는 23만5000대다. 내년에는 25만5000대에 이를 전망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골목마다 수입차가 서 있는 모습을 볼 날도 머지 않았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