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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 힘든 환자 방치하고 응급실 무단이탈한 의사…법원 판결은?

소생 힘든 환자 방치하고 응급실 무단이탈한 의사…법원 판결은?

기사승인 2015. 11. 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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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가능성 적더라도 의료인으로서 최선의 조치 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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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당직 의사가 응급실을 무단으로 비워 환자가 처치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을 경우 환자의 소생 가능성이 크지 않았더라도 의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9일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울산 남구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A씨(35)는 지난 2011년 새벽 5시30분께 야간 당직을 서다 병원을 빠져나왔다. 당초 근무시간은 오전 8시까지였지만 대구에서 지인과 만나기로 한 A씨는 무작정 울산역으로 가 동대구행 기차를 탔다.

A씨가 약속 장소로 가는 동안 병원에선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고 입원해있던 환자 B씨(48·여)씨가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B씨는 이내 의식을 잃고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

당황한 간호사 C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급해진 C씨는 환자의 주치의에게 전화로 지시를 받으며 응급처치를 했지만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시켜야 했다. 결국 B씨는 그날 오전 9시10분께 폐동맥 혈전색전증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A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고, A씨는 법정에서 “자리를 비웠던 잘못은 인정하지만 당시 B씨는 모든 응급처치를 했더라도 사망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B씨의 부검 감정서에서도 ‘다량의 폐동맥 혈전색전증으로 짧은 시간 내에 급사한 경우 즉각 최선의 치료를 한다고 해도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는 소견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곽정한 판사는 “생존 가능성이 적다고 해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며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방치해선 안 되고 즉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A씨는 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당직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B씨가 충분한 양의 수액을 맞지 못하고 기도삽관 등 제대로 된 처치를 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A씨에게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선고했다. 곽 판사는 “A씨의 과실 정도와 결과가 중하기는 하지만 폐색전증은 치료가 어렵고 치사율이 높은 점, 피고인도 당시 경험이 짧았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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