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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재발견ㅡ현상과 존재의 경계에서’…박진 개인전 ‘빛에서 신의 존재 발견’ 11월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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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기자

승인 : 2025. 10. 23. 02:10

박진 작가 “이성과 감성, 과학과 신앙, 그리고 실재와 믿음의 경계에서 작동하는 ‘빛의 철학’ 표현”

빛은 세상을 드러내는 가장 근원적인 매개이지만, 그 속에는 숨겨진 어둠이 있다. 화가 박진(朴眞)은 그 역설의 지점에서 존재를 바라본다. 


오는 11월 15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로의 갤러리 보고재에서 열리는 개인전 〈빛의 재발견: 현상과 존재의 경계에서〉는 작가가 수년간 천착해온 ‘빛의 철학’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자리다. 빛에서 신의 존재를 발견한다. 

◇ 박진의 캔버스에는 숲, 건축물, 물,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빛이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신작들은 작가가 베를린 유학 시절 체득한 도시와 자연의 풍경을 기억 속에서 재구성한 회화들이다.

작가는 인공과 자연, 문명과 생명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빛이 만들어내는 순간의 진동을 포착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모티프 ‘숲 사이의 빛’은 색채의 미세한 변주를 통해 감정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며, 시간 속에서 기억이 어떻게 변형되고 전환되는지를 상징한다.

◇ ‘실재’보다 ‘인식’을 묻다

박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눈앞의 실재가 아니다. 그는 “그림이란 실재를 복제하는 행위가 아니라, 실재가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물음의 시각적 실험이다.

작가는 빛을 매개로 이성과 감성, 과학과 신앙, 현상과 존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회화를 철학의 언어로 확장한다.

비평가들은 이번 전시를 두고 “물리학적 사유와 신앙적 성찰이 공존하는 회화적 묵상”이라 평한다.

이번 전시회는 최성록 아트소울 대표가 기획했다.

박진 작가
◇ “빛은 진리를 드러내지만, 동시에 숨긴다” 

박진에게 빛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다. 그는 “빛은 진리를 드러내지만, 동시에 숨긴다. 그 이중성 속에서 인간은 존재의 깊이를 본다”고 말한다.

그의 화면에서 빛은 밝음이 아니라 사유의 여백, 감정의 울림이다. ‘빛의 재발견’은 그렇게 회화를 넘어,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다시 묻는다.

빛은 이제 단순히 사물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내면을 비추는 철학적 장치가 된다.

박진의 회화 작업은 빛이라는 현상에 대한 다층적 해석에서 출발한다. 물리학적 차원에서 빛은 입자와 파장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며, 관측자의 개입에 따라 성질이 변하는 불확정성을 품는다. 

그러나 작가가 포착하는 빛은 단순히 과학적 사실에 종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실재를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은폐하며, 물리적 현상을 넘어 존재와 신념을 연결하는 매개로 기능한다. 

그의 작품은 회화적 재현의 한계를 넘어 가능성을 확장하며, 나아가 존재론적 탐구의 영역으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박진 작가가 베를린 유학 시절 경험한 도시와 자연의 풍경을 기억 속에서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낯선 환경에서 체득한 빛의 감각은 단순한 이미지의 재현을 넘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내면화되어 회화적 형상으로 환원된다. 따라서 작품 속 빛은 외부 풍경의 묘사가 아니라, 경험된 기억이 변형·전환되어 드러나는 심층적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섹션 1의 회화들은 건축물과 숲의 실루엣이 대비되는 구성을 취한다. 건축은 인류 문명의 산물이고, 숲은 자연의 원형적 이미지다. 두 요소는 서로 다른 체계에 속하지만 화면 속에서는 경계가 허물어지며 하나의 체험적 공간으로 공존한다. 

건축물의 윤곽은 빛의 스펙트럼 속에서 해체되고, 숲의 실루엣은 발광체로 전환된다. 이는 단순한 병치가 아니라, 빛이라는 매개를 통해 인공과 자연, 문명과 생명이 교차하는 제3의 공간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섹션 2의 작품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색채와 구도의 변화를 통해 더욱 세밀하게 전개한다. 동일한 주제인 ‘숲 사이의 빛’이 반복되지만, 색채의 조율은 각기 다른 감각적 울림을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색의 조합은 반복 속에서 차이를 생성하며, 하나의 구조가 다중적 가능성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주적 구조는 기억의 작용과 닮아 있다. 하나의 경험이 시간이 흐르며 다른 감정과 기억으로 전환되듯, 빛의 흔적 또한 색채의 실험을 통해 새로운 깊이를 획득한다.

 ◇ 빛의 재발견: 현상과 존재의 경계에서 


전시는 고정된 실재의 재현이 아니라, 실재가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이성과 감성, 과학과 신앙, 그리고 실재와 믿음의 경계에서 작동하는 ‘빛의 철학’을 표현한다. 작품 속 빛은 단순한 시각적 기호를 넘어 관람객을 현상학적 체험으로 이끌며, 기억과 세계를 다시 사유하게 한다. 

이로써 회화는 단순한 이미지 전달을 넘어, 존재와 기억을 매개하는 철학적 장치로 자리매김한다.

박진 작가는 베를린 종합예술대학(Universität der Künste Berlin)에서 순수미술(Fine Art)을 전공했다.

그는 유학 시절 경험한 도시의 구조적 풍경과 유럽의 빛을 매개로, 인간의 존재와 신앙의 가치를 탐구하는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박 작가의 회화는 단순한 풍경의 재현을 넘어, ‘빛을 통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그의 화면은 때로 도시의 건축적 구조 속에 스며드는 빛의 흔적을, 때로는 숲과 자연의 내밀한 결을 통해 인간 내면의 사유를 비춘다.

빛은 그에게 시각적 현상이자 동시에 존재론적 언어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 빛은 밝음과 어둠, 드러남과 숨김의 경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근원적으로 묻는다.

박진은 2023년 갤러리밈에서 첫 개인전 〈MOVE EMOTION INSCAPE〉을 열며 내면의 감정과 풍경의 관계를 탐구했고, 같은 해 예송미술관 단체전〈먹, 스며드는 풍경〉에 참여해 동양적 사유와 서양 회화의 조화를 시도했다.

이후 2024년 SPACE21 개인전 〈KILL EGO〉를 통해 자아와 존재의 해체를 주제로 한 실험적 작품세계를 선보였으며, 2025년에는 예술의전당 DAF 프로젝트 참여작가로 활동했다.

그의 작업은 끊임없이 빛과 인간의 내면, 그리고 신앙적 성찰이 교차하는 지점을 향한다.

박진 작가는 “빛은 모든 존재를 드러내지만 동시에 감춘다”며 “그 모순의 틈에서 진정한 실재를 마주하게 된다”고 말한다.

안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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