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의 담화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에 따라 한국과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일본 정부의 전략적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총리의 담화직후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아시아 질서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파워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중심의 동북아 정세가 패권(覇權)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전략적 제휴가 시급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한일간 제휴는 정치문제를 넘어 국제 금융시장 안정과 보호무역 반대, 저개발국 지원, 저탄소 녹색성장 등 글로벌 현안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를 위해 한일 정부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역내 시장확대와 경제협력의 틀을 강화하는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한일의 이 같은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지난 11일 “일본은 과거 중국과 한국을 침략해 놓고 한국에만 사죄했다”며 “일본이 한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고 간 총리의 사죄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 내에서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중국의 단물은 빨아먹고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봉쇄 정책에 편승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천안함 사태는 이러한 불만을 더욱 증폭시켰고, 미·중간 대립을 현실화시켰다.
중국의 불만은 한국에게 외교·안보적 불이익뿐 아니라 경제적 손실까지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가 풀어야 할 난제다. 한중 교역 규모가 이미 한미, 한일 교역을 합친 것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 한일 양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선진국 수준의 경제기반을 공유할 수 있는 동북아 유일의 이웃이다. 동시에 ‘명분과 실리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국제외교의 불문율을 제시하며 균형감있는 외교력을 발휘할 때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영선 박사(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는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 “한미동맹이나 한일동맹의 무조건적 강조가 아니라, 국제외교관계를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