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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병 가해병사 4명 살인죄 ‘떠밀려’ 적용?

윤일병 가해병사 4명 살인죄 ‘떠밀려’ 적용?

기사승인 2014. 09. 0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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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군사 검찰부 '결국' 상해치사죄 공소장 변경, 28사단 처음 수사 뒤집어...군 잘못 '자인' 불신 갈수록 증폭
윤 일병 폭행사건 현장검증 사진 공개
지난 4일 육군이 공개한 육군28사단 윤모 일병에 대한 집단 구타·가혹행위 사망 사건의 현장검증 사진. 윤 일병 가혹행위를 주도한 이모 병장이 대답을 똑바로 안한다는 이유를 들어 윤 일병의 왼쪽 옆구리를 5차례 폭행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 사진=육군 제공
육군28사단 윤모 일병 집단 구타·가혹행위 사망 사건을 보강 수사 중인 육군3군사령부 검찰부가 2일 가해 병사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3군사령부 검찰부는 이날 “이모 병장, 하모 병장, 이모 상병, 지모 상병 등 윤 일병 가해 병사 4명에 대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주위적으로 살인죄, 예비적으로 상해치사죄를 적용하는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윤 일병 사건을 폭로한 군인권센터는 처음부터 이번 사건에 대한 군의 은폐·축소 수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상해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공소장 변경을 강하게 요구했었다.

결과적으로 군 당국이 이번 사건 수사와 재판의 핵심적인 사항인 가해 병사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등 살인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28사단 검찰부의 처음 수사 내용과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 됐다.

처음 수사를 담당한 28사단 검찰부는 지난 5월 2일 군사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서 가해 병사 4명에 대해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특히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달 8일 윤 일병에 대한 집단 구타·가혹행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의견을 3군사 검찰부에 제시했었다.

또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27일 윤 일병 관련 3차 브리핑에서 “군 당국은 더 이상 은폐와 조작을 즉각 멈추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면서 “국방부는 3군사 수사를 즉각 중단하게 하고 3군사에 대한 조사와 직무감찰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군인권센터는 “공정한 재판의 진행을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으로 재판관할을 이전하고 수사권을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전해야 한다”면서 “28사단 검찰관과 헌병대장·전 사단장, 6군단 헌병대장과 수사팀장·과장, 6군단장, 전 3군사령관에 대한 즉각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이번 3군사 검찰부의 공소장 변경도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 요구와 여론 눈치를 보다가 ‘마지 못해’ 떠밀려 뒤늦은 조치를 한 셈이 됐다. 오히려 군 당국과 수사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키는 모양새가 됐다.

3군사 검찰부는 이날 살인죄 적용 이유에 대해 “범행 당일 윤 일병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가파르며 행동이 느리고 가슴을 비롯한 몸에 상처가 많은 등 이상 징후를 윤 일병이 보였던 상태를 통해 피고인들이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잔혹한 구타가 있었으며 피고인들은 대학에서 의료 관련학과 재학 중 입대했고 우월한 의료지식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료 지식이 있는 가해 병사들이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 행위로 윤 일병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3군사 검찰부의 판단이다. 3군사 검찰부는 장기간의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가 윤 일병이 사망에 이르는데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3군사 검찰부는 “의료기록과 부검기록 재검토, 전문가 자문을 통해 윤 일병의 사인을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 등 가혹행위로 인한 ‘좌멸증후군’, ‘속발성 쇼크’도 중요한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처음 수사를 담당한 28사단 검찰부는 지난 5월 2일 군사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서 윤 일병의 사망원인으로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을 제시했지만 3군사 검찰부는 사망 원인을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로 인한 좌멸증후군·속발성 쇼크’로 변경하기로 했다.

3군사 검찰부는 가해 병사 4명 모두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다른 피고인보다 이모 병장의 폭행과 가혹행위 횟수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이 병장의 휴가 기간에도 나머지 피고인들에 의한 잔인한 구타와 가혹행위가 계속됐고 목격자인 김모 일병도 피고인들이 저지른 폭행의 강도나 잔혹성에 별 차이가 없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3군사 검찰부는 이번에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가장 많은 폭력을 행사한 이 병장과 하모 병장에게 적용된 단순폭행 혐의를 상습 폭행과 흉기 등 폭행으로 그 수위를 높였다.

이 병장이 윤 일병에 대해 교회에 가지 못하게 한 혐의 ‘강요’, 윤 일병에게 3차례에 걸쳐 개 흉내를 내도록 한 혐의 ‘가혹행위’, 윤 일병에게 고충 제기를 못하도록 한 혐의 ‘협박’, 목격자인 김 일병에게 신고를 못하도록 한 혐의 ‘협박’ 등도 추가 기소했다.

폭행과 폭행 방조 등의 혐의가 적용된 해당 부대 의무지원관 유모 하사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폭행을 인지하고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하범죄부진정죄를, 윤 일병이 병원으로 후송된 사실을 즉시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무유기 혐의를 추가했다.

유 하사와 이 병장, 하 병장이 휴가 중 성매수를 한 혐의도 공소장에 추가됐다.

3군사 검찰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지휘계통상의 직무유기 혐의와 관련해 대대장 등 5명의 지휘관과 간부도 입건했다.

재판관할권이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3군사 보통군사법원으로 이관된 이후 첫 공판은 추석 연휴 이후에 열릴 예정이다. 3군사 검찰부는 변경된 공소장을 첫 공판 때 군사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상해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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