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 핀란드 경쟁력의 핵심 ‘에코시스템’ 주목할 이유

[칼럼] 핀란드 경쟁력의 핵심 ‘에코시스템’ 주목할 이유

기사승인 2019. 08. 23.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김윤미 주한핀란드무역대표부 대표
주한핀란드무역대표부 김윤미 대표
김윤미 주한핀란드무역대표부 대표
수직계열화, 거대한 사내 연구조직, 계열사 거래. 한국 대기업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핀란드에는 이런 구조를 가질 만한 크기의 재벌이 없다. 몇 개의 계열사를 가진 그룹이 있기는 하나, 한국의 재벌처럼 40~100여개의 계열사를 전 산업 영역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없다. 그만한 자본의 규모가 없기도 하지만 또한 그렇게 수직계열화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핀란드가 수직계열화 없이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며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에코시스템 프로그램’이다.

에코시스템 프로그램은 구체적인 공동의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참여하는 기업들이 다양하고 포괄적인 공동 연구를 한다. 연구가 연구소 안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산업의 현장, 시민들의 생활 속, 공공 서비스 영역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핀란드의 에코시스템 프로그램은 최근 여러 국가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원 씨 에코시스템(One Sea Ecosystem)’을 살펴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25년까지 발틱해에서 자율주행 해양교통 구현을 목표로 정책 및 법제 수립·기술 개발·연구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고 있다.

핵심 발안제로는 투르쿠 근해의 ‘야코의 바다(Jaako’s Sea)’ 라고 불리는 해양구역을 선박자율주행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야코의 바다는 실제 해양 상황에서 선박 자율주행 관련 전체 기술들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하는 세계 최초의 개방형 테스트베드다. 개방형 테스트베드는 세계 어떤 기업이나 연구소라도 신청을 통해 야코의 바다에서 선박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 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한국에서 최근 규제개혁 요구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핀란드는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혁신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헬싱키 권역병원(HUS)의 주도로 구축된 ‘클레버 헬스 네트워크 에코시스템’이다.

디지털헬스 솔루션을 통한 의료 서비스 품질과 예방의학 향상을 목표로 HUS의 의료 데이터와 메디컬 전문성을 결합해 의사·스타트업·연구소·정부·환자가 함께 혁신을 이끌고 있다. AI를 활용한 임신성 당뇨 진단 및 치료, AI 기반 뇌질환 이미지 분석, 소아 당뇨 환자를 위한 원격진료 등 AI와 로보틱스를 활용한 혁신들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를 보여줬기에 최근 핀란드 정부는 해당 에코시스템 프로그램에 ‘신성장엔진’ 위상을 부여하고 정책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에코시스템 전략의 강점은 참여 기업들과 정부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함께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국기업들뿐 아니라 해외의 혁신 기업, 앵커 역할을 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해외의 협력도시에도 문이 열려 있다.

개방형 테스트베드는 자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과 가장 빠르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예산 나눠먹기 식의 집안 잔치에 사용된 기술은 세계시장에서 환영받을 수 없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방식을 개발할 수도 없다. 즉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없는 기술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글로벌 플랫폼에 한국 스타트업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수십조원의 창업지원에 쏟아진 국민의 세금이 스타트업들의 세계 성장으로 회수될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 독립 100주년인 2017년 핀란드의 정신을 나타내는 슬로건은 ‘함께’였다. 신뢰에 기반한 협력 정신이 국가를 하나로 모아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이 핀란드의 국가 전략이자 사회철학이다. 각자가 가진 노하우와 강점을 모아 혁신의 힘과 범위를 확대겠다는 강소국의 전략을 눈여겨봐야 한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