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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의 희망에서 비극으로 전락한 중국 도로 건설 사업

몬테네그로의 희망에서 비극으로 전락한 중국 도로 건설 사업

기사승인 2019. 12. 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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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
협곡이 이어지는 발칸 반도 몬테네그로 북부. 정부는 중국의 자금과 기술을 차용해 고속도로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출처=게티 이미지 뱅크
중국이 자금 지원과 도급까지 전담한 몬테네그로의 도로 건설 사업이 논란에 휩싸였다. 착수 4년차에 들어가면서 득보다 실이 많은 비합리적인 건설 계획이었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다.

독일 중앙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룬드샤우(FR)는 스위스 단체 ‘리얼21(Real21)’ 협회 후원으로 진행된 조사 자료를 인용해 몬테네그로의 베오그라드 바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몬테네그로의 희망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치닫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신·구 유고슬라비아연방 공화국의 일부였던 몬테네그로는 2006년 자주 국가로 독립한 후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검은 산’이라는 이름대로 어둡고 가파른 산지가 많아 관광 산업은 물론 생산 및 물류업을 발달시키는 데에도 제약이 컸다.

이에 정부는 “도로가 곧 생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산지를 가로질러 수도와 항구 및 이웃 나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고속도로 건설 사업의 대외적인 목표로 교통 상황 개선과 관광객 유치를 언급했으나 전문가들은 주변국과의 접근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유럽연합(EU) 가입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20년 9월 완공을 앞둔 현재 진행 상황에서는 몬테네그로의 ‘과감한 투자’가 중국의 유혹에 빠진 게 아니냐는 유럽 각국들의 비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첫 번째 이유는 거액의 비용에 비해 떨어지는 경제성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이어지는 산악지대를 연결하는 베오그라드 바 고속도로는 경사가 지나치게 급해 개통한 지 몇 년 만에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급한 경사가 있는 도로는 교통 조건을 완화한다는 건설 목표가 무색하게 이동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지도 못했다. 수도에서부터 북쪽 지대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100km에 채 못 미치지만 주행시간은 평균적으로 5시간이 넘는다. 450km 떨어진 도시 벨그라드까지는 10시간이 넘게 걸린다. 경제성을 못 따지는 손실도 크다. 현지 언론들은 도로 건설로 발생한 건축 폐기물과 각종 잔해물이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타라 강에 무차별 유출되면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자연 유산이 파괴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두 번째 이유는 몬테네그로가 천문학적인 건설비용으로 인해 중국에 재정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점이다.

베오그라드 바 고속도로는 중국의 세계 인프라 건설 계획인 벨트-로드 전략(BRI)의 일부 사업이다. 중국 준국영 수출입은행에서 받은 대출금을 운용해 중국 국영 도로·철도 건설사인 CRBC가 건설을 맡아 3000명의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중국산 건설 기계와 자재만을 사용해 짓고 있다.

중국은 위와 같은 ‘협력’의 대가로 몬테네그로 내 중국산 수출품에 대한 면세 특혜권을 받았다.

몬테네그로의 해외부채는 국가 총생산 대비 80%에 달한다. 지금까지 8억900만유로가 베오그라드 바 고속도로에 투자됐고 이 중 85%의 채권은 중국에 있다. 몬테네그로는 2017년 국내 총생산인 42억6000만유로 중 약 25%를 중국에 부채 상환금으로 지불해야 했다.

해외 부채가 급증함에 따라 몬테네그로의 EU가입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의 선례와 마찬가지로 ‘부채를 짊어진’ 발칸 반도 국가의 EU가입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결국 몬테네그로는 실리와 자연 유산, EU 가입 가능성까지 모두 놓친 셈이다.

FR은 나아가 두 나라의 도급 계약 자체가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업상 분쟁이 생길 경우 해당 분쟁 해결을 위한 관할권은 중국 법원에 속하며 사업이 파산하면 중국 당국은 몬테네그로 국유지와 항구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에 대한 내용은 몬테네그로 국내에서 입증된 바 없다. 해당 계약과 관련된 모든 문서는 국회의원조차도 접근할 수 없는 국가의 극기밀 사항으로 분류된 상태여서다.

경제학자이자 전 몬테네그로 대통령 자문이었던 차리야 페요비치 박사는 유럽 국가들이 현재 상황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몬테네그로가 재정적으로 중국에 완전히 잠식될 경우 주변 국가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더 많은 지원을 촉구했다.

당초 2019년 6월 완공 예정이었던 베오그라드 바 고속도로는 완공이 15개월 늦어짐에 따라 2억유로를 추가로 투자해 2020년 9월 완공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완공 예정인 고속도로가 장기 도로 건설 계획 중 첫 번째 단계에 불가하다는 데 있다. 두 번째 공사에 대한 시공사 입찰은 2020년 5월로 예정돼 있다. 첫 번째 시공을 맡았던 중국 국영기업 CRBC는 이미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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