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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M&A 실패가 약” 김승연 한화 회장의 절묘한 수

[취재뒷담화] “M&A 실패가 약” 김승연 한화 회장의 절묘한 수

기사승인 2020. 04.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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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증명
경제산업부 이선영 기자
인수합병(M&A)은 성공하면 외형 확장뿐만 아니라 사업 영역을 손쉽게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끊임없이 눈여겨보는 전략입니다. 특히 한화그룹은 M&A를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그룹입니다. 성공적인 M&A도 다수입니다.

김승연 회장이 주변의 반대를 이겨내고 1981년 인수한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은 한화의 캐시카우가 됐습니다.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많았던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 역시 성공한 사례입니다. 2014년 삼성과의 빅딜을 통해 인수한 방산·화학 4개 계열사는 한화의 든든한 축이 됐죠. 이처럼 성공 사례가 많은 만큼 한화는 M&A 시장에 대형 매물이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곳입니다. 김 회장의 공격적인 M&A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한화그룹 역시 M&A에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벌어졌을 때입니다. 당시 대우조선 매각 입찰에는 한화를 포함해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등이 뛰어들었습니다. 한화는 6조3000억원의 인수금액을 써내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산업은행과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 점이 변수였습니다. 한화는 매각대금의 분할납부 등을 요구했지만 산은은 이를 거절했고 결국 매각은 불발됐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때의 대우조선 인수 실패가 한화에는 호재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산은이 대우조선에 투입한 자금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에 인수될 당시 매각가가 2조5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2008년 무리해서 한화가 인수했다면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빠졌을 것으로 보여서입니다. 어쩌면 성공적인 실패(?)라고 부를 수도 있는 모습이죠.

M&A뿐만 아니라 사업 철수 과정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면세점 사업 철수입니다. 한화의 갤러리아면세점63은 지난 2016년 영업을 시작했는데요. 시내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만큼 캐시카우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등으로 면세점업계의 부진이 이어지자 한화는 지난해 면세점 사업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면세점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되자 한화의 면세점 사업 철수가 오히려 ‘신의 한 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발빠르게 면세점 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더 큰 손해를 방지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당시에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는 전략들이 한화에겐 전화위복이 된 모습입니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으면 과감하게 중단하는 결단력을 가졌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M&A의 실패도 최소화하게 되는 김 회장의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최근 M&A 시장에서 거리를 둔 한화의 전략이 앞으로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해지는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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