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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시스템 반도체에 빠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블루오션’ 눈독 <下>

③ 시스템 반도체에 빠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블루오션’ 눈독 <下>

기사승인 2020. 04.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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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뉴 삼성’, 왜 강한가]
시스템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의 매출 2배 시장
반도체 경쟁자가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구조 '유리'
파운드리 1등에 만족보다 NPU 등 새 시장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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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컷
“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나오는 법이죠”

지난해 1월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반도체 경기가 어렵지 않냐는 취지로 묻자 이같이 말했다. 공손하면서도 단호한 이 부회장의 뼈 있는 이 말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대한민국 1등 수출품 반도체의 운명을 쥔 사람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이제 이 부회장이 됐다. 아버지가 메모리 반도체로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면 그는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그런 그가 선택한 것은 시스템 반도체다.

이 부회장은 “2030년에는 메모리 1위는 물론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면서 지난해 4월 투자계획인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73조원, 생산시설 60조원 등 총 133조원을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28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3.8%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66.2%로 예상된다. 연 매출 200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삼성전자가 더 크기 위해선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확대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삼성 반도체를 한 차원 도약시키려는 이 부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란 소리를 듣던 아버지와는 달랐다. 그는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관련 기술자·석학들과 만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도 직접 만나 담판을 지었다. 2014년 7월에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드코 미디어콘퍼런스’에서 폴로셔츠 차림으로 팀쿡 애플 CEO와 만나 협력 안을 논의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그는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2달 뒤엔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기도 했고, 그 다음 달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났다. 오너 경영자로 각계 ‘톱’들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삼성의 구조적인 측면도 이 부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삼성은 애플·퀄컴·인텔·화웨이·소니 등과 스마트폰과 시스템 반도체로 경쟁하는 사이면서 이들에게 필수인 메모리 반도체나 첨단 이미지센서를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이 필요한 반도체를 주문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영위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삼성과 경쟁하면서도 삼성에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의 목표가 파운드리 점유율 확대나 이미지센서 등 기존에 팔던 시스템 반도체 매출 증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기존 반도체 제조사들이 손을 뻗지 못한 AI용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전장용 반도체 등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를 선점하는 게 이 부회장의 속내라는 분석이다. 즉 레드오션이 아닌 성장하는 ‘블루오션’의 지배자가 되는 전략인 것이다.

삼성전자 측도 이런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차세대 NPU 기술’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서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은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선 NPU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PU는 다른 반도체보다 AI의 핵심인 딥러닝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됐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NPU를 탑재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43억 달러 규모에서 2023년 343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52%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신들의 강점인 스마트폰 영역에서 NPU 적용을 시작했다. NPU를 탑재한 ‘엑시노스 9(9820)’ 반도체를 지난해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10에 넣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용 시스템 반도체 제품을 중심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 등으로 NPU 탑재 범위를 점차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런 목표를 위해서 필요한 건 핵심 인력이다. 삼성전자는 NPU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30년까지 연구인력을 현재 200명 수준에서 2000명 규모로 10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NPU 전문인력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의 투자에는 인재확보를 넘어 기술력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M&A)도 들어간다. 앞서 기술설명회 때도 강 사장은 “단독으로 성장해서 1등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필요하다면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강 사장의 자신감 뒤엔 이 부회장의 결단만 있으면 인수합병을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는 경영 시스템과 든든한 곳간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현금성 자산은 108조원에 달한다. 왠만한 시스템 반도체 설계업체는 즉시 인수할 수 있는 돈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유명한 엔비디아나 중앙처리장치(CPU)로 인텔과 경쟁하는 AMD 등도 삼성의 인수 대상 회사로 물망에 오르는 곳이다. AMD의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약 661억 달러(약 81조원)로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이면 충분히 인수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 고위 임원들이 AMD 인수를 시도했던 것으로 안다”며 “현재까진 진척이 없는 걸로 알지만 인수합병 대상을 물색하는 건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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