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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메르스·코로나…이재용, 두 번의 사과 그리고 결단

[취재뒷담화] 메르스·코로나…이재용, 두 번의 사과 그리고 결단

기사승인 2020. 05.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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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국민 사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사옥 다목적홀에서 삼성승계 과정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재훈 기자 hoon79@
“모든 것은 저희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저의 잘못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경영권 승계 및 노사 문제 등과 관련해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2015년 6월 23일 메르스 사태 확산에 관련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에 대해 사과한 지 약 5년 만입니다.

당시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이 부회장이 삼성호를 이끈 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죠. 이 부회장이 삼성의 지휘관으로서 미래 비전을 공식적으로 알리기도 전에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국민들 앞에 사과부터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지요. 공교롭게도 자신의 생일날 말입니다. 서면을 통한 면피용 사과가 아니라 직접 공식석상에 나와 고개를 깊이 숙이면서 ‘사과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5년 뒤 2020년 5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 속에서 이 부회장은 두 번째 사과를 위해 메르스 때처럼 또다시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 섰습니다.

당초 준법위가 권고한 사안에 대해 원론적인 사과 표명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경영권 승계 및 노조 문제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는 등 준법위 요구 사안을 모두 수용하는 한편 자녀에게 경영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파격 선언이 이어졌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과문을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어 강조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삼성 총수의 ‘4세 경영 포기’ 선언이 국내 재벌집단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고 할 정도입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기자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에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사과문 안에 파격과 고심의 흔적이 역력했다는 평가가 상당수이지만, “쇄신책이 안 보이는 미흡한 사과”라는 반응도 분명 있습니다. 경영권 세습 포기에 대해 20~30년 후에 있을 미래의 일에 대한 ‘공수표’에 불과하고, ‘무노조 경영 폐기’와 관련해서도 구체적 실행 방안이 없는 ‘추상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익성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부회장이 삼성의 최고 경영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름대로 방식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노조 문제라든지 경영승계에 관련해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비전 있는 전략이 큰 틀에서라도 나왔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지요.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 없이 사과문 발표로만 끝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었습니다.

사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가 과거와 다른 ‘뉴 삼성’을 향해 의미 있는 첫발을 뗀 것이라고 할만 합니다. 항간에는 1993년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발표한 ‘신경영’에 비견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지요. 이번 사과가 향후 삼성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국민 모두 때로는 질책의 눈초리로, 때로는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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