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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늦어도 너무 늦었다”…누굴 위한 라임 배드뱅크일까

[취재뒷담화] “늦어도 너무 늦었다”…누굴 위한 라임 배드뱅크일까

기사승인 2020. 05.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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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회수를 위해 이번 달 안에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판매사들이 전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판매사도 투자자도 불만족스러운 모습입니다.

이번 배드뱅크는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에 든 자산을 매각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역할입니다. 한곳에 이관해 처리하는 게 보다 신속하고 공정한 배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금감원 판단에 추진 중인 사안이죠. 금감원도 판매사들에 참여를 독려해왔습니다.

그러나 배드뱅크는 초기부터 삐걱거렸습니다. 일부 판매사들이 참여를 두고 고심해왔기 때문입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주로 판매한 장 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메리츠증권으로 이직해오면서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함께 이관해 판매 규모가 불어났습니다. 키움증권은 창구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직접 판매한 펀드는 없었습니다.

최근 키움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참여하겠다고 노선을 바꾸면서 19개 판매사가 모두 참여한 배드뱅크가 이번 달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들이 참여를 결정하면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이를 두고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렇게 나서는데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지난달 “라임자산운용이 계속 펀드를 쥐고 있기보다는 이관해서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도 불만은 나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부 은행은 일괄 보상에 초점을 맞춘 배드뱅크에 출자하면 나중에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드뱅크를 두고 금융소비자 시민단체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습니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닌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방안”이라며 “라임 사태와 관련된 ‘배드뱅크’ 추진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금소원 측은 “투자자들은 해당 자산운용사의 명성과 자산운용인력을 보고 돈을 맡긴 것이기 때문에 고객 동의 없이 개별 운용사와 운용인력을 변경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판매사에 대한 책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배드뱅크가 먼저 설립될 경우 판매사들은 라임사태 관련된 다양한 경영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본 한 투자자는 “전액 손실이 난 상태라 배드뱅크를 통해서도 회수할 금액이 없다”며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전했습니다.

펀드 환매가 중단된 지 벌써 7개월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피해자들의 손실은 더욱 커졌습니다. 배드뱅크가 이번 달 안에 설립된다고 하지만 지지부진한 흐름 속에 판매사들은 당국 눈치보기 보느라 계산기를 두드리고, 투자자들의 불만과 외면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누굴 위한 배드뱅크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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