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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전쟁 속 이재용 카드…中 ‘시안 투자’ 美 ‘5G·시스템 반도체’

미·중 반도체 전쟁 속 이재용 카드…中 ‘시안 투자’ 美 ‘5G·시스템 반도체’

기사승인 2020. 05.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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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재의 본질 메모리 반도체 제재 아닐 가능성 커
중국은 메모리, 미국은 5G·파운드리 원하는 부분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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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전쟁 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힘겨운 외줄타기가 시작됐다. 이 부회장은 패권국 미국은 물론 주요 고객인 중국에게도 미움받지 않으면서 최대한 실리를 챙겨야 한다. 미국 정부의 공격 대상이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란 점에서 그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투자로 미국에 화답하고 중국에는 메모리 반도체 투자 확대로 대응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지난 18일 찾은 중국 시안 공장은 2021년까지 2공장 준공을 위해 총 150억 달러가 투입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2일 시안 2공장 증설에 필요한 본사와 협력업체 기술진 300여 명을 전세기 편으로 시안 현장에 보냈다. 지난달 200여 명에 이어 한달 동안 500여 명을 파견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시안 현장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챙기는 것은 D램·낸드플래시 공급이 막힐 수 있다는 중국 당국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1위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에게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면 중국산 스마트폰·PC·서버의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부회장의 현장 방문은 변함없이 중국에 투자하고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시안 공장 증설로 중국을 달랬다면 이 부회장이 미국에 제시할 카드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증설과 5G 인프라 구축 사업 참여로 예상된다.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건 5G·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패권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반도체 전쟁이라고 하지만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글로벌 3위 업체 마이크론에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화웨이 제재의 본질은 미국이 패권을 쥔 차세대 분야에서 중국의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스틴 공장의 증설은 삼성 입장에서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삼성이 현재 보유한 파운드리 생산라인은 기흥·화성·오스틴 등지에 총 6개가 있다. 평택에 7번째 파운드리(극자외선(EUV) 제품용) 라인이 추가될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늘어나는 EUV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EUV 생산라인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더구나 오스틴에 생산라인을 추가로 지을 경우 기술 유출을 두려워하는 애플·인텔·AMD 등 주요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어 수주에 유리한 이점이 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배제한 글로벌 5G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도 삼성전자에겐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들과의 전화간담회에서 “(우리는) 화웨이·ZTE 등 신뢰할 수 없는 판매자가 공급하는 어떠한 5G 장비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3.33%로 1위 화웨이(26.18%)와 2위 에릭슨(23.41%)을 추격 중이다. 화웨이의 점유율이 줄수록 삼성전자에겐 이익인 셈이다. 이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은 5G 질서 개편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 지난 3월 5G 상용화를 시작한 일본 통신사 KDDI의 5G 장비 공급사로도 선정됐고, 같은 달 뉴질랜드 최대 통신사 스파크와 5G 이동통신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또 텔레월드 솔루션즈 인수계약을 체결해 북미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미국 통신시장에 대응할 구조를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미국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등에 5G·4G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있다”며 “미국도 글로벌 5G 질서를 구축하려면 삼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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